우리나라 모바일서비스 대표기업인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가 통신사가 요구하는 망 이용 대가에 전향적 의사를 표시했다. 지난 2012년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접속 차단을 계기로 촉발된 망 중립성 논쟁 이후 인터넷 사업자의 태도 변화는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다.
이 대표는 18일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통신사 인프라 투자와 유지비 분담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해 망 이용 대가 지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이어 “망 이용 대가의 적정 수준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지불할 수 있다는, 이전과는 다른 한 단계 진전된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망 이용대가의 적정 수준을 놓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망 이용 대가 지불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포털 등 인터넷사업자의 기존 견해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그동안 통신사의 지속된 망 이용 대가 요구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는 이용자 부담 증가와 이중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 방침을 고수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12월 ‘통신사 망 관리 일부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간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발표한 이후에도 양 진영 간 견해 차이는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 망 이용 대가 지불에 이전과 다른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인터넷사업자의 망 이용 대가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망 이용 대가의 공론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도 올해 들어 인터넷사업자와 망 사업자 간 이용 대가 지불이 구체화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고, 버라이즌과도 같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와 컴캐스트 간 계약의 상세한 조건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속도 향상을 위한 별도 대가 지불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미래부가 기준을 마련했지만 통신사와 인터넷사업자 간 망 이용 대가의 구체적 기준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 대표가 충분한 논의를 전제로 지불 의사를 밝힌 만큼 세부 기준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넷플릭스와 컴캐스트 사례처럼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한 추가 비용 지급 모델의 타당성 논의가 속도를 낼지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카카오가 게임 개발사에 부과하는 수수료가 지나치다는 지적에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기 카카오가 개발사에서 받는 수수료 21%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지금의 논란은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해 너무 많은 게임이 경쟁하며 생긴 결과”라고 말해 현재의 모바일 콘텐츠 유통구조가 업계 모두의 문제지 카카오 혼자 수수료를 낮춰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카카오 플랫폼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키웠고 개발사에 돌아가는 매출도 늘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을 지원하는 퍼블리셔가 끼어들었고, 이 때문에 유통구조가 복잡해졌다”며 “퍼블리셔가 별도 수수료를 가져가 개발사 수익이 더욱 줄었는데 현재의 비판은 카카오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혀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대한 공보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 업계의 주장에 억울함을 피력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