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1팀 김 팀장은 작년에도 어김없이 목표를 100% 달성했다. 그런데 문제는 형편없이 낮은 리더십 점수다. 작년 그의 팀에서만 세 명이나 퇴사자가 있었는데, 모두 김 팀장의 리더십을 퇴사 이유로 꼽았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지시에, 독불장군식이라는 것이다. 부하직원이 상처받을 만한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그런데 본인은 자신의 실적이 좋으니 이번에 승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자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리더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김 팀장을 승진시킬 수는 없다. 이 상황을 말했다가는 실적 좋은 김 팀장의 사기가 꺾일까봐 걱정이다.
잭 웰치는 강연회에 설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꼭 한다. “당신은 부하직원에게 그때그때 솔직히 피드백을 해주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늘 10% 정도뿐이라고 한다. 부하직원의 실수나 승진 누락에 대해 불편한 대화를 해야 할 때는 상대가 부하직원이더라도 솔직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괜히 말했다가 관계만 나빠지는 거 아니야?’ 혹은 ‘솔직하게 말했다가 부하직원 사기만 꺾는 건 아닌가?’ 등의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솔직하게 얘기하기보다는 애써 돌려 말하려는 경향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에 의하면 부하직원의 성과와 태도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데에도 수준이 있다고 한다. 최하 수준의 피드백부터 최고 수준의 피드백까지, 네 가지 수준의 피드백이다.
가장 낮은 수준의 피드백은 아예 모르는 척 침묵해버리는 것이다. 껄끄러운 내용을 전해야 하는 불편한 순간을 피하고 싶은 상사의 피드백이다. 부하직원을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는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침묵보다 조금 나은 피드백 단계는 ‘선택적 피드백’이다. 선택적 피드백은 부하직원이 잘한 것은 말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기가 막히게 골라서 비난하는 피드백이다. 잘한 것도 있을 텐데 잘못한 것만 콕 집어 지적하니 부하 직원의 사기는 꺾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선택적 피드백이 아예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다. 최소한 문제상황을 대화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긴 했기 때문이다.
잘못한 것을 깨기만 하는 선택적 피드백과는 반대로 부하직원에게 근거 없는 칭찬만 늘어놓는 피드백이 있다. 이것을 ‘할리우드 피드백’이라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면 기분 좋아서 일도 열심히 하겠지’라고 믿는 상사의 피드백이다. 하지만 칭찬받을 만한 일도 아닌데 칭찬을 듣게 되면, 대다수 사람들은 그 저의를 의심한다. 게다가 평소에는 칭찬하는 좋은 말만 들었는데 막상 연말 평가나 승진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부하직원은 배신감을 느끼며 더는 상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피드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객관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이다. 잭 웰치는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캔더(Candor)’를 꼽았다. 우리말로 ‘절대적 솔직함’이다. 단,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때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부하직원이 잘한 것과 잘못한 것 모두를 얘기해줘야 한다.
문제 상황으로 돌아가 승진을 기대하고 있는 김 팀장에게 리더는 다음처럼 솔직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목표 100% 달성이라는 좋은 실적을 냈더군. 본인도 보람을 느낄 것 같네. 그런데 자네는 리더십 평가에서는 C등급을 받았어.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리더십 평가에서 이런 점수를 받으면 승진은 어렵네.” 덧붙여 팀원들의 만족도와 이직률을 근거로 김 팀장이 리더십 평가에서 왜 C등급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당장은 실망하겠지만 현실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보다 낫다.
상사가 캔더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어서다. 평소 캔더를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마음 한구석에 불만이 쌓이고, 서로 불편한 감정이 커진다. 부하직원에게 좋은 상사가 되고 싶은가? 좋은 상사가 곧 ‘굿 가이(Good Guy)’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기 껄끄럽다며 입을 닫거나 듣기 좋은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독이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솔직히 피드백해줄 때, 부하직원을 키울 수 있고,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평가 피드백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