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원점서 재검토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제한 규제를 둘러싼 사업자 간 찬반 논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품질 경쟁을 바탕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규제 강화로 시장을 지키려고 하는 듯해 안타까운 심정이다.

[ET단상]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원점서 재검토를

논란의 핵심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에 있다.

시장점유율 규제는 과거 케이블TV 도입 당시 플랫폼 간 경쟁이 없어 과도한 요금인상 등 유료방송시장의 실패 상황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오늘과 같이 IPTV, 위성, 케이블TV 등 여러 플랫폼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는 유료방송사업자가 방송구역별로 5개 이상일 정도로 경쟁이 심화돼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을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실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졌다.

따라서 시장점유율 규제 강화는 현실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규제가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경쟁을 제한하는 도구로 오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 강화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한다. 시청자가 특정 유료방송서비스에 가입하고 싶어도 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그 서비스를 선택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경쟁제한으로 시청자 편익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혹자는 여론독과점 우려가 있는 방송의 특성 때문에 이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방송채널과 전송수단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단견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채널을 가입자에게 전달하는 망을 구축·보유한 사업자일 뿐 방송프로그램의 제작·편집에 관여하지 않는다.

여론독과점 우려의 대상은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지상파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이고 이들에는 ‘시청 점유율’ 규제를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여론독과점 우려 때문에 도입된 시청 점유율 규제조차도 소비자 규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정 방송사업자의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시청자로 하여금 그 방송을 보지 못하게 제한하지 않는다.

또 시장점유율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유인을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만약 어느 유료방송사업자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도 가입자 모집에 제한을 받게 된다면 그런 서비스를 만들 이유가 없어진다.

가입자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투자를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투자를 게을리한 사업자를 보호해주는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방송산업 규제의 목적은 사업자 보호가 아니라 시청자의 편익 증대라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점유율 규제는 박근혜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규제완화 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는 과도한 시장점유율 규제나 해외 국가에 비해 높은 규제를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방송산업을 창조산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시장점유율 규제 강화 논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송산업 활성화 방안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는 방송시장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꼭 필요한 규제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료방송사업자 역시 이제는 시장점유율 제한이라는 보호의 울타리를 벗어나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iq100@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