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얼마 전 삼성전자가 전략 모델 갤럭시S5를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지문인식·방수방진·헬스케어 등 다양한 기능을 부각시켰으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성능은 전작 갤럭시노트3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다.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적 혁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폰 소재·부품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유례없이 낮다. 주가가 이를 방증한다. 갤럭시S2부터 갤럭시S4 때까지만 해도 언팩 행사가 끝나면 으레 관련 소재부품 업체들이 수혜주로 부상했다. 물론 협력사는 대부분 주식 시장에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올해 갤럭시S5 언팩 행사 이후, 이 같은 효과가 아예 사라졌다. 지난해 주가수익배율(PER)이 7~8이었던 스마트폰 소재부품 업체들은 현재 4~5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PER가 2~3 수준인 회사도 수두룩하다. 회사의 가치(시가총액)가 2~3년간 운영해 내는 수익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나름 양호한 실적을 발표해도 주가는 요지부동이다. 스마트폰 소재부품 업체의 미래를 그만큼 불투명하게 본다는 얘기다.
우리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영향은 지대하다. 지난 2~3년간 우리나라 제조업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 덕분에 호황을 누렸다. 삼성의 덕도 컸다. 연 매출 수백억원에 불과했던 회사들이 스마트폰 수요 덕분에 3~4년 만에 1조원 매출을 넘어선 성공 신화도 많이 나왔다. 파트론이 대표적인 회사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제조업 구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된 데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우리 기업들의 텃밭을 공략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쪼그라들면 후방에 있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리 경제에도 메가톤급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삼성 등 우리 기업들이 잘해야 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스마트폰 이후 새 먹거리 발굴에 우리 IT 산업의 명운이 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