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공공기관 이전과 지역발전

세종시와 지방혁신도시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당부처가 이사를 마친 세종시도 조기 정착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들도 청사 건설과 주거시설 확보 등 이사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리더스포럼]공공기관 이전과 지역발전

참여정부 시절,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추진됐다. 지금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 115개 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이전이 완료된 곳은 단 22곳으로 20%에 불과하다. 청사 매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직 혁신도시의 신청사 착공을 하지 못한 기관도 있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마친다는 계획으로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혁신도시로의 이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세종시나 각 지역 혁신도시에 가보면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다. 교육, 문화, 의료 등 각종 정주여건 부족, 교통 불편, 치안 취약 등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임직원 대부분이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나 홀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어 성공적인 이주를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지역 주민의 이기적인 민원제기 등 이전기관과 혁신도시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 간의 분쟁이나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일차적 과제인 인프라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과 지역발전이라는 이차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히 본사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전기관과 지역 간의 상생협력으로 지역발전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혁신도시가 지역경제의 성장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전 기관과 관련 있는 민간 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균형발전의 기저는 경제적인 성장, 즉 일자리 창출과 직결돼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 육성으로 완성된다. 혁신도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업 등의 민간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민간기업 유치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상의 지원책은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전 기관들의 사업파트너로서 우대책을 마련하고 좋은 공간과 시설, 근무환경을 제공해 우수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 다음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지역인재 채용을 통해 혁신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지난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관련부처의 후속조치가 미흡하고 채용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정규직 채용에 그치고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전기관과 기업이 원하는 눈높이에 맞춘 맞춤형 지역 인재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역의 교육기관이나 관련 사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수요자인 기관과 기업들이 직접 교육하고 채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는 지금 그 이후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이전이 완료된 후에도 혁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춰 지속적으로 지역기업과 관련 산업을 발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균형발전이란 명분 때문에 원칙과 기준 없이 막연하게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한 지원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려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 정책을 토대로 지역이 자립·자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발전의 원동력은 경쟁력이기 때문에 지역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에 적합한 발전 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공공기관의 이전이 지역발전으로 이어졌던 프랑스, 아일랜드 등 해외 선진국의 성공적인 사례를 본받아 이전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의 협력을 통한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 관련 주체의 자발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해당지역 관계자들이 원활한 이전 지원을 위한 조직을 구성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이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영주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yjkim50@jc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