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주요 부품 ‘메이드인 차이나’ 1차 벤더로 등극
최근 중국 부품업체의 국내 진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터치스크린패널(TSP)·카메라모듈·케이스 등 주요 부품 1차 벤더로 중국 업체를 승인했죠. 중국 업체가 진출한 곳마다 기존 국내 협력사들의 수익성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때 스마트폰 시장의 수혜를 톡톡히 봤던 TSP 업체들은 이제 두세 곳을 빼고는 대부분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합니다.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제품을 제외한 상당수 스마트폰 모델에 중국산 케이스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케이스 업체들 이익률도 3~4% 포인트 이상 빠졌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세트 업체가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산 부품을 쓰는 것을 막을 명분은 없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부품업체로 이전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죠. 이게 결국 중국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기우일까요.
○…투자의 딜레마, 받아? 말아?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A사의 창업자는 얼마 전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연구개발(R&D)을 위해 투자를 너무 많이 받은 것이 화근이었지요. 지분 50%가 안 돼도 최대주주라면 충분히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안이한 생각도 문제였습니다. 생각만큼 빨리 성과가 나오지 않자 투자자들이 CEO를 교체하기로 한 것이지요. 장비 기업 B사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창업을 독려하는 세상이라지만 오랜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창업은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기초 소재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있는데 국내에서는 흔치 않습니다. 개발비는 많이 들어 투자가 필요한 데 투자자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투자자들이야 수익 내고 지분을 팔면 그만이지만, 산업 전체로 볼 때는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루 빨리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속성을 알고 제대로 투자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사라진 소재부품 산업
한 때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세계 주식 시장을 휩쓸었죠. 나스닥·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중국 소재부품 업체들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 못 받는 현상을 말하죠. 그러나 지난해부터 나스닥 시장에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중국 소재부품 기업이 나름 투명 경영에 애 쓴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회사명에서 차이나 혹은 중국이라는 단어를 뺀 효과가 컸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더욱이 기술력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습니다. 우리 소재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이 무서울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반도체는 세계 최고라도 핵심 설계는 이스라엘에서?
국내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C사는 외형이 작지만 이스라엘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반도체 회사에 영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핵심 알고리즘 설계를 맡기기 위해서입니다. 요즘에는 반도체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요. 알고리즘이 전체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니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현지 전문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데요. 알고보니 이 회사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국내 업체들이 알고리즘 연구소를 이스라엘에 두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가 아무리 제조 강국을 자부해도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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