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은 규제를 개혁의 사각지대다. 게임 중독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불합리한 규제를 남발했다. 그 결과 이용자 권리 제한은 물론이고 기업과 시장도 위축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여성가족부)와 게임시간 선택제(문화체육관광부)라는 중복 규제다. 지난 2011년 11월 시행한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대표적인 게임 규제이자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지금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사용을 차단하자 공공연히 부모 명의로 게임을 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셧다운제로 사용자나 매출이 감소하는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시행 후 하드코어 게임에서 40~50대 여성 가입자가 갑자기 증가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며 “부모 명의 계정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되레 성인물에 노출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청소년의 자율성을 정부가 강제로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2012년 7월 1일부터 게임시간 선택제를 적용했다. 청소년이 부모와 합의해 게임 이용시간을 정하도록 해 자율성을 반영했다. 하지만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취지는 사라졌고 이중 규제로 남을 뿐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를 이용하면 게임사는 매월 청소년이 이용한 게임 내용과 시간을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 미성년자이지만 청소년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여가 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나라 전체가 들썩인 후 정부의 사행성 게임물 단속과 사전 차단 의지도 한층 강력해졌다. 하지만 ‘도박’과 ‘게임’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게임=도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서 전체 게임 산업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과거 텔레비전의 폭력적인 내용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시각과 유사하다. 게임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받고 폭력성과 사행성에 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올바른 게임 이용 문화 확산이 아닌 단순한 게임이용 금지에 그치는 것은 문제다.
송종길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총기난사사건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게임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쉽지만 이는 단순히 분노한 사람들의 복수에 그치기 쉽다”며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규제까지 이뤄지는 것이므로 대중의 동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이 콘텐츠 산업의 성장동력이고 수출 역군이라 해도 이미 우리 사회에는 ‘게임 산업이 돈을 버는 만큼 사회가 병들고 청소년이 일탈하고 가정이 파괴된다’는 관념이 깊게 자리했다”며 “이것을 게임 산업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긴 안목에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중 셧다운제도 풀리지 않았는데 더 큰 규제가 다가온다. 지난해 잇달아 국회서 발의한 손인춘·신의진 법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대한 사상 최악의 규제가 될 전망이다. 두 의원 입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규제 대상 정의가 모호해 게임뿐만 아니라 전체 인터넷 서비스와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해상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게임이 갖는 다양한 가치 때문에 단순히 중독물질로 규정하기 불가능한데다 과몰입은 개인과 가정이 올바로 게임을 이용하는 문화가 없어 발생한 것”이라며 “청소년의 수면시간과 휴식의 방법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의 자유 침해”라고 지적했다.
<주요 게임산업 규제>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