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 기술지원부 정은화 이사
봄이다. 남쪽에서는 반가운 꽃소식인데 서쪽 바다 너머에서는 달갑지 않은 황사 소식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중국과 몽골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해가 갈수록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주인공이 이제 황사로 바꿔야할 것 같다.
올해는 미세먼지까지 가세했다. 미세먼지 유해성만 살펴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5㎍/㎥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최근 중국학자 보고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미세먼지 환경이라면 중국인 수명이 5.5년 줄어든다고 한다. 미세먼지가 중국인 한국인 가리지 않을테니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황사, 미세먼지와 맞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이들의 발생 위치와 행로를 예측하는 것이다. 태풍 진로와 소멸 시기 예측 정확도에 따라 피해가 천양지차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으로 이들의 움직임과 세력의 확산을 예측할 수 있다.
황사 예측에 사용되는 CAE 기술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기체 유동해석이다. 우리가 매일 밤 TV일기예보에서 기압, 풍속, 강수 여부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 영상은 컴퓨터그래픽(CG)가 아닌 시뮬레이션 결과다. 두 번째는 화학 반응 해석이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미세먼지 성분은 모래알과 같은 단순한 입자가 아니라 질산염, 황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물질이 서해를 거쳐 우리나라로 이동하면서 자체적 혹은 다른 인자와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반응해 또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황사와 미세먼지의 성분을 분석해 유해도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기상 계산은 광범위한 영향력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고성능 수퍼컴퓨터와 기상 수치모델,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 기체나 유체의 거동을 계산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까다롭고 힘든 작업에 속하며 계산량도 엄청나다. 다행히 최근 CAE와 컴퓨팅 기술 발달로 신속도와 정확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황사예보의 정확도는 60%가 조금 넘고,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70%에 조금 못 미친다고 한다. 만족하기에는 미흡하지만 나쁜 성적은 아니다. 반면 황사와 미세먼지의 성분을 예측하는 화학 반응 해석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이 분야 기술이 발전하면 황사와 미세먼지의 유해도 등급을 나눠서 등급에 맞는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뮬레이션의 축적된 경험이다. CAE 지식을 기반으로 기상 예보의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읽어낼 줄 아는 CAE 전문가를 장기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베이징에서 나비 한마리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 태풍이 생길 수도 있다는 한 기상학자의 말에서 ‘나비효과’라는 이론이 태어났다. 시뮬레이션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는 정확성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한 지방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는 영향을 못 미쳤지만, 특정한 바람을 타고 특정한 지역을 거쳐서 유독 제주도 지역에만 유해한 황사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이미 비와 눈에 대해서는 동네별로 예보를 하고 있다. 먼지나 공해 문제도 이런 수준까지 예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목표를 갖고 시뮬레이션 기술과 인재에 투자한다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족집게 예보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질 것이다. CAE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