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각 나라 대사에게 듣는다 <1>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

한국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들은 세계 TV 및 스마트폰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도 K팝과 K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각국 대사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들어보고,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조언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글로벌 인터뷰]각 나라 대사에게 듣는다 <1>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

“지금은 다들 갖고 다니는 휴대폰을 저는 지난 1970년대말 군대에서 처음 써봤습니다. 세계 최초로 USB를 개발한 나라도, 방화벽 기술을 처음 만든 국가도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56)는 첨단 ICT 기술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대한민국과 매우 흡사한 점이 많다는 말부터 꺼냈다.

“한국 사람들도 서로 처음 만나면 ‘군대 어디 나왔냐’는 질문 많이 하잖아요. 이스라엘도 똑같습니다. 근데 이 ‘군대’라는 게 창조경제의 보고입니다. 그냥 시간 떼우는 곳이 아니에요.”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뜻하는 ‘탈피옷(Talpiot)’은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육성 프로그램.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개발한 체크포인트를 비롯해 이베이가 인수한 결제보안 업체인 ‘프로드 사이언시스’, UCC 제작 사이트인 ‘메타카페’ 등은 모두 탈피옷 출신의 이스라엘 예비역 장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벤처다.

구트만 대사는 “이스라엘과 같이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 역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 부임 후 줄곧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설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과학기술전문사관제’를 도입, 오는 2017년부터 과학분야 우수인재를 군 장교로 임관시키기로 결정했다.

KAIST와 광주과기원, 대경과기원, 울산과기대, 포스텍 등 5개 특성화대 가운데 매년 20명씩 후보를 선발, 학부 졸업 후 전기·전자·컴퓨터·기계·물리·화학 분야의 연구개발 전문 장교로 임관시키는 방식이다. 이들은 3년간 국방과학연구원(ADD)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국가적 화두고, 그에 따라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표본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창조경제의 실체에 대해 모호해 한다는 말에 구트만 대사는 “우리도 처음엔 그랬다”며 웃었다.

“창조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시스템이 변해야 하고 국민들의 사고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절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트만 대사는 “다행히 사회는 변하고 있고, 부모 세대와 달리 한국의 젊은 세대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며 “이스라엘도 그랬듯, 첨단 기술에 개방적 성향이 강한 이들 세대가 결국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트만 대사는 요즘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양국간 상호작용을 통한 실질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그 가운데 하버드대와 MIT 등이 있는 매사추세츠주와 가장 활발한 교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이스라엘 업체들이 매사추세츠주 수익의 12.6%를 증대시켰습니다. 일자리 창출율도 연 5.3% 커졌습니다. 뉴욕시와는 맨하튼 인근 루즈벨트섬에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구트만 대사는 “현재 이스라엘 초등학교 20%가 쓰고 있는 디지털 수업플랫폼의 제공사인 T2K가 최근 한국의 두산동아와 손잡고 교육사업에 뛰어드는 등 양국간 실질적 교류협력 활동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같은 경제적 실효가 하나 둘씩 생겨나면, 막연했던 창조경제도 점차 손에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과의 협력이 이스라엘에는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구트만 대사는 “우린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냥 돈이 아닌 ‘스마트 머니’가 간절하다”고 되받았다.

중후장대형 대기업부터 말단의 스타트업까지 산업구조가 탄탄한 한국과의 협력은 양국이 세계 무대로 동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자양이 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야 말로 지식기반의 기술력과 글로벌시장을 간파하는 마케팅 능력이 탁월하다고 구트만 대사는 강조했다.

◇우리 구트만 대사 약력

-195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생

-1977~81년 군 복무(중위 예편)

-1981~85년 국방부 근무

-1987년 히브리대 졸업(중동학·사회학 전공)

-1991년 외무부 외교관 양성과정(카데트) 수료

-1991~93 주이스탄불 총영사관 부영사

-1995~96 대아랍 과학문화평화 담당관

-1998~00 주대만 경제문화 대표부 대표

-2005~08 주상하이 총영사

-2010 주보스톤 총영사

-2010~13 외무부 북미 국장 영사부 담당

-2013 8월~현재 주한 이스라엘 대사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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