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에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화제가 됐다. 오는 30일부터 촬영을 시작해 마포대교, 강남 사거리, 상암동 DMC 등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서울시가 공개한 교통 통제 계획안을 보면 30일에 마포대교·청담대교·세빛둥둥섬, 내달 2일부터 4일까지는 상암동 DMC, 5일 청담대교·한강뚝섬공원, 6일 강남 사거리·상가 골목, 7일부터 9일까지는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술대학교 인근 도로 등에서 촬영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 촬영에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추격신과 대규모 전투 장면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이 높다. 할리우드 스타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영화장면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는 지구의 안보가 위협당하는 위기 상황에서 슈퍼 히어로들이 모여 세상을 구하는 작전명이다. 아이언맨과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까지 다양한 슈퍼 히어로가 등장한다.
이 중에서 아이언맨을 보면 아이언슈트만 있으면 누구나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종류에 따라 다양한 무기와 능력을 발휘한다. 수많은 아이언슈트 중 나에게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상상은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하는 상상일 것이다.
이런 상상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언슈트까지 가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인간의 능력을 강화해주는 옷이나 기계장치를 개발하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은 군사용 강화복 개발을 진행 중이다. 착용한 사람의 힘을 증폭시키고, 폭발이나 공격 등 외부의 힘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강화복에 각종 센서나 통신장비, 관측장비, GPS 등을 탑재해 첨단 기능을 구현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에서 개발하던 강화복 블릭스(BLEEX)는 팔과 다리에 부착하는 강화장비를 이용해 31㎏의 등짐을 2㎏으로 밖에 느끼지 못하게 해줬다. 블릭스는 이후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 상용화를 위한 개발에 착수해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 90㎏의 장비를 착용하고, 시속 16㎞ 속도로 수 시간을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릭스 외에 헐크(HULC)라는 강화복도 있다.
이 밖에도 미국 국방성은 통신 시스템, 무기, 근력 강화 기능 등을 모두 포함한 ‘미래 병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는 미국 통합 특수작전사령부가 슈퍼갑옷 기능을 하는 ‘탈로스(TALOS)’라는 강화복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차세대 전투 갑옷인 탈로스는 무게가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나며, 총알을 막고 어둠속에서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계획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쯤에는 탈로스를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강화복은 민간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용 강화복은 장애인 의수나 의족, 근육이 퇴화한 노인의 근력 강화용으로 주로 개발 중이다. 실제로 일본 혼다와 파나소닉 등이 의료용 강화복(하지근력 증강로봇)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아이언맨을 만들기 위한 사업이 시작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월 ‘험지 적응형 하지근력 고반응 제어기술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이번에 개발할 ‘하지근력 증강로봇’은 병사가 착용하고, 산악과 같은 험지에서 무거운 무기나 물자를 휴대하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을 주관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양대, 현대로템, LIG 넥스원 등 13개 산·학·연이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로봇에 센서를 부착해 착용자의 동작을 미리 판단하는 기술과 착용자가 평소처럼 이동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연동제어기술, 장시간 구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소형-고출력 구동장치 기술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개발되면 맨 몸으로 옮길 수 있는 무게의 20배 이상을 들고 이동하거나, 전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재난이나 재해 발생 시 붕괴된 건물에서 사람을 구조하고, 산사태나 홍수 등으로 고립된 사람을 구조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민간 분야에 사용하면 물류 현장이나 생산제조 현장에 활용해 작업 안전을 높이고, 효율성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