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품목의 수출이 연초부터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엔저영향의 최소화, 수출시장 다각화, 자유무역협정(FTA) 효과 극대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2.8%, 4.7%에 달했던 전년대비 수출증가율은 올해 1, 2월에는 0.7%로 낮아졌다. 국내 주요 연기기관들이 전망한 올해 수출증가율 평균치는 6.4%였다. 연초 수출은 기대에 미치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 평균 수출액도 회복이 늦다. 2월 하루 평균 수출액(20억달러)은 작년 8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다.
연초 수출에서 LCD(전년대비 -14.0%), 석유제품(-9.1%), 선박(-7.5%), 석유화학(-4.3%) 등의 수출 증가율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반도체가 14.5%의 높은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을 뿐 자동차(1.1%), 가전(8.0%), 자동차부품(3.3%) 등도 수출 규모 자체는 늘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해 수출증가율이 모두 둔화됐다.
지역별로는 일본(1∼2월 기준 -15.3%), 중동(-4.9%), 중남미(-18.0%)로의 수출이 감소세다. 미국(-4.4%)도 ‘북미 한파’에 따른 물류 차질로 부진했다. 반면에 경기가 바닥을 다진 유럽연합(EU 16.8%)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3.1%)에 대한 수출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무역협회는 우리나라 수출이 신흥국과 선진국 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도 등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 경기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 우리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는 2012년 8월 이래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진국 대상 수출 전망은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뜻이다.
향후 수출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는 높은 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분기 경기전망에서 수출기업의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115로 내다봤다. 내수기업 110보다 앞섰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고 기업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정책 방향과 대응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엔달러 환율 등 외생 변수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수출시장을 다각화하고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선제적 수출회복 노력이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연초 주요 품목별 수출증가율(단위:%, 전년동기 대비) / 자료: 한국무역협회>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