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장차법 웹접근성 확대 시행 1년,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

[이슈분석]장차법 웹접근성 확대 시행 1년,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

#대한항공은 시각장애인 10명과 시민단체가 제기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받았다. 대한항공 홈페이지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최근 대한항공에게 5월 31일까지 웹 접근성을 개선하라고 조정 권고했고, 대한항공은 이를 받아 들였다. 대한항공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손실과 기업 평판 리스크를 겪었다.

오는 4월이면 장차법이 확대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다. 지난해 확대 시행으로 은행 등 전 금융기관은 물론 모든 병·의원과 기업은 법에 따라 웹 접근성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처럼 아직까지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아 곳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은 장차법 적용을 위한 웹 접근성을 준수했다고 인증을 부여 받았지만 형식적인 적용에 불과하다.

◇병원·예약·온라인유통 사이트, 웹 접근성 심각

장차법 적용이 확대, 시행됐지만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을 개선한 사례는 일부에 그친다. 가장 심각한 병·의원이다. 웹 접근성을 개선한 곳은 일부 대형 종합병원뿐, 그 외 상당수 병원은 장차법에 따른 정부의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병·의원들이 웹 접근성을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홈페이지 관리를 영세한 외부 기업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들과 외주업체는 정부 웹 접근성 개선 지침조차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의 안동한 팀장은 “웹 접근성 개선을 위해 음성 안내 서비스를 추가하는 등 많은 비용이 든다”며 “중소형 병원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해 웹 접근성 개선에 엄두를 못낸다”고 전했다.

예약사이트들도 여전히 웹 접근성이 갖춰져 있지 않다. 시각장애인이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장차법상 소송을 제기하자 이후부터 대부분 웹 접근성 개선에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항공과 코레일 등이다. 대한항공은 법원 조정 결과인 5월 말까지 개선을 완료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이라서 당초 웹 접근성을 완료했어야 하는 코레일도 이제야 개선에 나섰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 등 온라인 유통사이트도 제자리 걸음 상태에 그치고 있다.

◇웹 접근성 개선한 인터넷뱅킹 ‘무용지물’

가장 발 빠르게 웹 접근성 개선에 나선 금융권도 여전히 문제다. 은행권은 지난 2012년부터 많게는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웹 접근성을 개선한 인터넷뱅킹시스템 재구축을 추진했다.

시각장애인도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도록 음성 서비스 등을 갖췄다. 문제는 웹 접근성을 개선한 인터넷뱅킹이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먼저 10분마다 로그인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애로 사항이다. 시각장애인이 인터넷뱅킹시스템에 접속해 음성 안내 메시지를 듣고, 금융거래를 하는 데 통상 10분이 넘게 걸린다. 매우 숙달된 시각장애인들이 8~9분정도 소요된다.

시각장애인들은 음성안내를 듣다보면 10분이 지나 로그인을 다시 하고 동일한 프로세스를 반복해야 한다. 안 팀장은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뱅킹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고려하기보다는 지침만 준수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빠른 주문거래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사이버트래이딩은 더더욱 심각하다. 증권사들은 실시간 거래처리라는 이유로 웹 접근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으로 인터넷 증권거래 전체에 대한 웹 접근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모바일 접근성 개선과 사후심사 필요

모바일 이용이 급증하면서 모바일 웹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2012년 모바일 웹 접근성 개선에 대한 정부 지침이 마련됐지만 접근성을 개선한 곳은 신한은행 등 일부 금융사의 스마트폰뱅킹시스템 등이 전부다. 은행들도 인터넷뱅킹에 웹 접근성 개선은 적극 추진했지만 스마트폰뱅킹 등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협회 관계자는 “인터넷이든 모바일이든 누구나 사용 가능한 매체”라며 “다양한 사용자에 대한 이용환경을 고려,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증만을 획득하기 위한 웹 접근성 개선도 문제다. 상당수 기관과 기업들은 장애인이 사용하는 데 편리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려하기보다 인증 획득을 위한 지침만을 따른다. 인증을 한번 획득한 후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은행 인터넷뱅킹처럼 웹 접근성을 개선해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 등에게는 무용지물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웹 접근성 솔루션 개발업체 관계자는 “인증을 부여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웹접근성에 대한 관리와 운영이 이뤄지는지 사후 심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