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술 탈취 기업엔 징벌적 과징금을

[ET단상]기술 탈취 기업엔 징벌적 과징금을

정부 발표에 따르면 창업 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투자해 창업에서 상장까지 평균 14년이 걸린다. 그런데 창업 투자회사의 투자자금 존속 기간은 보통 5년이다. 이 기간 내에 투자한 후 회수해 펀드 출자자에게 되돌려 줘야 한다. 이 때문에 보통 3년 이내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창업투자사와 같은 기관 투자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성장단계 기업에는 코스닥시장 진입을 완화해주고, 코넥스시장을 도입해도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와 성장 단계 벤처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 자금 회수 시장이 발달돼야 한다. 회수 방법은 상장과 M&A다.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초기나 성숙 기업에 관계없이 회수를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은 M&A 활성화다. M&A는 투자한 지 몇 달 만에 매수자가 있다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M&A로 회수하는 방법은 상장보다 훨씬 간편하고 빠르다.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은 이익 창출, 투자유치, 공모자금으로 신규 사업 진출까지 우리 기업과 크게 차이 난다.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교과서 같은 공식이다.

구글은 기술력이 없고 창업한 지 20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많은 회원을 가진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약 18조원)에 인수했다. 기술력을 가진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스마트폰 운용체계를 장악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리나라는 기술이나 핵심 인력을 뽑아 갈 목적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거나 사업 모델이 좋아도 헐값으로 인수하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한다. 미국과 같이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도 기술이나 핵심 인력을 빼 가는 게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손실 금액의 3배 보다 피해 기업 가치의 5~10배 정도의 무거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래야 벤처기업을 제값 주고 인수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창업자도 미국과 같이 창업할 때부터 기업을 키워 제값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는 생각과 죽음의 계곡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 놓이더라도 바로 매각할 수 있어 창업이 활발해진다. M&A가 활성화돼 투자자금 회수가 빨라지기 때문에 초기 기업에도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경쟁이 글로벌화되고 특히 ICT 분야는 속도 경쟁에 놓여 있어 기술이나 인력을 빼가서 처음부터 신규로 사업에 진출하면 기술이 성공할지 모르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개발기간 동안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있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M&A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제값을 주고 인수하려는 매수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면 M&A가 활성화될 것이고 제값을 인정해 주는 M&A 환경이 조성된다. 나아가 우수한 기술력이나 사업성을 가졌지만 매출이 적어 투자유치가 어려운 기업은 투자유치만 고집하지 않고 전향적으로 매각하려 할 것이다.

벤처기업이 엔젤라운드를 넘어서면 창업투자사 같은 기관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상장이 요원하다 보니 규모에 놓인 기업 즉, 슈퍼 엔젤투자자나 기관투자 자금 유치가 어려워 죽음의 계곡에 놓인 기업은 투자유치가 어렵고 제값에 매각도 안 되어 결국 폐업하는 사례가 많다.

M&A가 활성화되면 이런 여건에 놓인 많은 기업을 구제할 수 있어 우수한 기술의 사장 방지는 물론이고 국가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요자 즉, 인수 기업(자)을 넓히는 핵심 인력이나 기술 탈취와 약자의 특허권을 침해할 때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부터 도입해야 한다.

나도진 벤처플랜 대표 edwardr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