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 체험 프랜차이즈가 잇따라 철수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롯데하이마트 등 대기업 판매점은 오히려 휴대폰 유통사업을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휴대폰 유통시장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유통망을 중심으로 대형화·통합화가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다. 최근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로 개점휴업 상태에 내몰린 영세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줄줄이 퇴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전자판매가 운영하는 삼성 모바일스토어는 현재 전국 80여곳에 달한다. 3년전 20여개 매장으로 시작한 뒤 매년 수십개씩 매장을 늘려 자체적인 휴대폰 유통망을 갖춰가고 있다. 모바일전문점 외에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모바일 코너까지 합하면 직영 유통점은 400여개로 추산된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휴대폰 매장을 ‘모바일 하이마트’로 바꾸고 체험형 매장으로 변경하면서 휴대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홈플러스 역시 알뜰폰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고 팬택 AS센터(이마트) 등과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전자제품 유통업계에서 휴대폰 판매를 촉진하는 주된 이유는 휴대폰과 액세서리를 망라하는 제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의 유·무선, 방송·통신 결합상품처럼 스마트워치, 무선충전 케이스 및 패드, 휴대폰 주변 헬스케어 기기 등을 포괄하는 결합상품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휴대폰 유통시장 건전화 일환으로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사 가입자 영업을 분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자체 유통망 확보 전략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말기 제조사와 전자제품 유통사가 휴대폰 유통망을 넓히면서 통신사도 유통 주도권 사수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네트웍스의 단말기 유통사업을 양수하고 자회사로 PS&M을 신설해 유통망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가장먼저 손을 댄 곳은 체험형 매장인 ‘컨시어지’다. 일단 기존 매장을 축소·통폐합 하면서 브랜드명 변경을 포함한 경영전략 재편 작업을 하고 있다.
KT도 유통 계열사인 KT M&S를 중심으로 체험형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휴대폰 제조 업계, 유통 업계, 이동통신 업계 1·2위를 다투는 업체들이 휴대폰 유통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룡 유통업체들로 고객이 쏠리면서 중소 체험형 매장이나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도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애플 제품 중심으로 휴대폰·액세서리를 함께 판매하던 금강제화 계열 갈라인터내셔널은 지난 2013년 13개까지 늘렸던 ‘프리스비’ 매장을 철수 또는 통폐합해 9개로 줄였다.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에 더해주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 의존하던 판매점들도 상당수 정리될 전망이다. 직영점·대리점·판매점순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기존 휴대폰 유통망은 점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대형화가 힘들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 유통망 역시 구매력과 가격 결정력이 있는 대형 대리점·판매점 중심으로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