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자동차 부품 선진화를 위한 과제

한국형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생산·고용·세수 등에서 10% 이상을 차지하고 지대한 전후방 산업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직결된다. 세계 자동차산업은 친환경 혁신, 스마트 혁신, 융·복합 혁신의 3대 혁신이 산업 판도를 재편해 가고 있다. 생존이냐 도태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전략적 변곡점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 향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완성차, 부품, 융합 신산업의 세 가지 축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부문에서는 일약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부품 부문에서는 최근 많은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회사에 5개사만 이름을 올릴 정도로 미약한 실정이다. 대표적 융합산업으로서 개별 기업 단위의 경쟁에서 산업 생태계 단위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절실하다. 특히 향후 스마트카·친환경차 추세에서 그 중요성이 절대적인 전자 및 전장부품 부문의 열세가 심각하다.

전자·전장 부품의 국산화율은 65%로 부품 전체 평균(86%)보다 현저히 낮으며, 그것도 해외 부품업체의 국내 생산을 제외한 순수 국산화율은 20~30%에 불과하다. 전자·전장부품을 포함한 전반적 자동차 부품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이유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완성차 산업의 부속적 시각에서 탈피해 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는 부품산업의 독자적 시각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 완성차 산업의 세계 최고화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발판으로 800조원을 상회하는 거대한 세계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대규모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상호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액을 합치면 2013년 750억달러로 단연 우리나라 수출 1위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서 현재 부품 부문 수출 비중이 35%를 차지하고 있으나, 향후 완성차 부문 수출을 웃돌 수 있는 큰 성장 잠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에 가장 시급한 것은 기술 역량 확보다. 과거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은 완성차 회사나 해외 선진기업으로부터의 기술 지원에 힘입어 기술 역량을 확보해왔으나 향후 요구되는 첨단 친환경·스마트 기술은 자체 기술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확대가 예상되는 개방형 혁신도 내부 기술역량이 강한 기업만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글로벌 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 육성 차원의 민관 협력을 비롯한 종합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유능한 기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품기업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원에 기술 분야별 특화 연구센터를 만들고, 기술전문 기업을 육성하는 등 전문기술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발족된 서울대의 SNU 컨설팅센터, 산업통상자원부의 두뇌전문기업 육성제도 등은 이러한 맥락에서 시의적절한 방안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 산업이 대기업 중심이라는 피상적 이유로 정부 R&D 예산이 삭감돼 올해 자동차 부품분야 신규 R&D 과제가 중단될 상황에 놓인 것은 중소·중견기업 중심인 자동차 부품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거대한 세계 시장을 향해 이제 걸음마를 뗀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을 위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품업계 스스로도 R&D 투자 확대와 함께 협동조합이나 협회를 통해 분야별 공동 R&D를 위한 연구조합 운영 등 R&D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완성차 업계도 부품업계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장래에 자동차 부품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함께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영섭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ysj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