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최대 유료TV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애플이 ‘스트리밍 TV’ 서비스를 놓고 협상에 착수했다고 2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신구 방송매체 간 헤게모니 싸움 양상을 띠고 있는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방송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세기의 담판’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망이 필요한 애플
애플의 요구조건은 컴캐스트의 케이블망을 이용한 웹 스트리밍 혼잡 구간의 우회다. 특히 라스트 마일(가입자로 직결되는 네트워크 맨 끝단)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 때문에 정지화면 상태로 모래시계만 돌아가거나 딸꾹질하듯 반복되는 영상(hiccups)은 전용망 확보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숙제다. 지난달 넷플렉스가 스트리밍 전송속도 향상을 위해 컴캐스트에 별도 비용을 지불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협상 조건에 따르면 애플은 컴캐스트 가입자의 셋톱박스를 자사 TV박스로 전량 교체해준다. 그 대신 애플의 ID로만 신규 셋톱박스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애플의 주장이다. 컴캐스트의 기존 고객정보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기존 월 이용료 역시 일정 부분 나눠 갖자는 것도 애플의 요구사항이다.
이미 애플은 지난 2012년부터 2위 유료TV 사업자인 타임워너케이블(TWC)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컴캐스트가 TWC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일시 중단됐던 협상을 이번에 다시 재개한 셈이다.
◇내일이 불안한 컴캐스트
컴캐스트는 가입자만 3000만(TWC와 합병 완료 시)에 달하는 부동의 전미 1위 케이블 사업자다. 하지만 가입 가구의 지속적인 감소 현상은 이 업체의 최대 고민거리다.
유료TV보다는 인터넷 방송에 익숙한 20·30대, 이른바 ‘코드 네버족(Cord-nevers)’과 가입자 이탈의 주범인 ‘코드 커터족(Cord-cutters)’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여전히 컴캐스트는 가입고객 DB의 독자 관리를 고집한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사업자로부터 TV 방영권을 새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요금 인상 역시 불가피하다는 게 컴캐스트 측 주장이다. 만족할 만한 속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서는 추가 네트워크 투자도 필요하다며 애플을 압박한다.
하지만 그동안 유지·관리에 적잖은 부담이 됐던 셋톱박스 부문을 애플에 떠넘길 수 있다는 건 컴캐스트로서는 매력적이어서 양자 간 합의점 찾기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애플 vs 컴캐스트 협상 전략 비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