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스마트폰 소재부품 업체들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여러 소재부품 업체 오너들은 물밑에서 인수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국내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자칫 소재부품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터치스크린패널(TSP)·카메라모듈용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렌즈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M&A 시장에 매물로 올라왔다.
TSP·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중국 오필름은 최근 국내 렌즈 업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고화소 카메라모듈 시장이 커지면서 고급 렌즈를 요구하는 고객사도 늘었기 때문이다. 오필름은 한국 렌즈 업체를 인수해 소재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오필름은 지난달 삼성전자 핵심 협력업체 A사 사장과 본사에서 M&A 협상을 위한 첫 미팅을 진행했다. A사 외 여러 렌즈 업체들이 오필름의 인수 대상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렌즈 가공 기술이 중국 업체에 넘어간다면 국내에 있는 다른 렌즈 업체들이 향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국내 세트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과 품질만 좋다면 중국산 소재부품이라고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카메라모듈 렌즈 업계에서는 M&A 소식이 잇따라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진디스플레이가 렌즈 업체 세코닉스 M&A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기도 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문제로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TSP업체 B사도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1대 주주 지분율이 너무 낮고 향후 성장성도 불투명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중국 TSP 업체 및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이 B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모듈용 AF 액추에이터 제조업체 C사도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올라왔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일본회사에 한 번 팔렸지만, 모기업이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 M&A 시장에 나왔다. C사는 국내에서 AF 액추에이터를 처음 시작한 업체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회사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불안정성이 커졌고, 실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로 IT 부품업체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며 “국내에서 인수 대상자를 찾지 못하면 중국 업체에 매각하려는 오너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