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평균 판매가격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최하위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소형차 판매에 집중하는 현대·기아차 판매 가격이 경쟁 업체보다 크게 낮은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대당 영업이익은 업계 평균을 웃돌아 글로벌 시장에서 ‘싸게 팔고 많이 남기는’ 사업 구조를 갖춘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완성차 수익을 보전하는 셈이다.
26일 본지가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13개 업체별 대당 평균판매가격(ASP)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ASP는 각각 1만6854달러, 1만5380달러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양 사의 ASP는 모두 전년보다 3% 이상 낮아졌다.
조사 대상 업체 중 현대차보다 ASP가 낮은 업체는 GM(1만6004달러) 한 곳에 불과했다. ASP가 가장 높은 업체는 독일 다임러그룹으로 6만6534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 평균판매가격보다 네 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업체별 ASP는 지난해 각 사의 전체 매출액을 판매대수로 나눈 후 연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달러로 환산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경쟁하는 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등의 ASP는 모두 2만달러 이상을 웃돌았다. 특히 도요타의 ASP는 2만5666달러로 전년에 비해 11.2%나 증가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기력 회복이 뚜렷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현대·기아차의 낮은 ASP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소형차 중심으로 고착화된 사업구조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국내서 단종된 소형차급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면서 판매가격 인상이 사실상 힘든 사업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일 차급이라도 가격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 가치 제고 및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가 현대·기아차의 지상 과제로 부상했다.
하지만 낮은 ASP에도 현대차의 대당 영업이익은 업계 평균을 상회해 주목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대당 평균영업이익은 1605달러로 조사 대상 13개 업체 평균(1543달러)을 넘어섰다. 이는 낮은 판매가격에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신흥 시장 및 소형차급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치면서 가격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품 단가 인하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를 넘어 브랜드 가치 향상과 고급 차 시장 공략이 지상 과제”라고 분석했다.
<단위:달러, % / 자료:각 사>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