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작]필로미나의 기적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1920년대부터 1996년까지 자행된 아일랜드 수녀원의 미혼녀 자녀 강제 입양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가난을 해결하기 위했던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다.

[금주의 개봉작]필로미나의 기적

죽음을 앞둔 노쇠한 아일랜드 할머니가 강제 입양 보낸 아들을 찾기 위해 펼치는 절절한 여행기가 인상적이다. 비행기에서 주는 오렌지주스가 공짜인지도 모르고, 호텔 뷔페는 난생 처음인 양 좋아하는 주인공 필로미나의 모습은 역설적인 슬픔을 자아낸다. 냉소적인 기자 마틴에게 끊임없이 조잘대는 모습은 귀엽고 쾌활하면서도 차분하게 본인을 수양하는 모습은 어딘가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을 떠올리게도 한다.

영화는 직접적이지 않게 입양문제를 비판한다. 물 흘러가듯 유유히 이야기를 써내려간 영화 ‘더 퀸’의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도 돋보인다. 영국 명배우 주디 댄치가 보여주는 필로미나의 모습은 정겹다.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상관인 ‘M’의 강철 같은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로 영국 코미디 영화와 드라마에 잘 나오는 스티븐 쿠건은 이번엔 기자 출신 독설가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는 제작, 주연, 각본의 1인 3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고 올해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