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철 대사를 조절해 병원성 세균의 감염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는 항균제제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세균 감염과 증식에 필요한 대식세포의 철 함량을 낮추는 방식이어서 병원성 세균에 직접 작용하는 기존 항생제와 달리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신개념 항균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최흥식 교수와 의대 미생물학과 최현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저분자 물질을 이용해 식중독 주요 원인균인 살모넬라 증식에 필수인자인 철 함량을 낮추는 방법을 발견하고, 항균효과도 보이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철 함량 조절 핵심 호르몬인 헵시딘의 발현을 조절하는 이알알감마와 결합, 활성을 억제하는 저분자 물질이 철 함량을 낮추는 과정을 찾아냈다. 실제 감염된 생쥐에 이 저분자물질을 투여하자 살모넬라 증식이 현저히 감소하고, 동물 생존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보핵산 간섭을 통해 이알알감마를 억제한 경우에도 살모넬라 증식이 억제되는 것이 관찰됐다.
연구결과를 응용한 항균제가 개발되면 항생제 다재 내성균(슈퍼박테리아)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균에 직접 작용하는 기존 항생제는 내성을 갖는 균주가 나타나거나 이로운 세균을 파괴하는 등의 우려가 있었다. 또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감염세균의 경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세균이 기생하는 생체 면역력을 이용하는 방식의 항세균 물질 발굴 연구가 활발하나 숙주와 세균과의 상호작용 이해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 지원으로 수행됐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지(Nature Medicine) 23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