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비에 꽃샘추위까지 몰려오면서 봄빛이 무색하다. 동아리 신입생 모집 등 새 학기 분위기로 들썩여야 할 대학가를 찾아도 마찬가지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아 재학생들은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움츠러들었고, 졸업생들도 학자금 대출로 인한 수천만원의 빚 덕분에 그늘이 졌다.
상반기 채용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취업준비생에게는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얼마 전 한 대학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10년 전에 비해 돈·명예·지위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고, 친구나 건강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낮아졌다고 한다.
대학생만 괴로운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대대적 대학 구조개혁의 칼자루를 쥐면서 대학가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정원감축이 의무화되고, 이를 포함한 취업률, 창업률을 점수화하면서 대학가 전반이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십억원의 예산 지원이 걸린 특성화 사업을 따내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대학 담당자들의 마음가짐은 전쟁을 앞둔 장수처럼 비장해졌다. 따올 예산이 없는 순수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예체능계열은 차라리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다. 대학은 예체능계 등 취업률이 낮은 학문의 정원부터 줄이기 시작했으며, 이른바 ‘돈 되는’ 분야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예술계열 대학교수는 “대학 특성화 사업은 질적인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사업지표를 만족하는 데 그치는 사실상 대학 구조조정안”이라며 “교수들이 연구나 수업이 아니라 정원 문제에 더 신경을 쓸 정도로 생존을 걱정한다”고 꼬집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서로 다른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면서 내는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 기초과학, 예체능 학과 등 기본 소양교육이 토대를 이뤄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학 내 소통과 협업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학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단순 잣대로 이뤄지는 구조조정이 난무해서는 안 된다. 애초 무분별한 대학 설립 인가를 내준 장본인은 정부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학생과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다. 좀 더 장기적 안목의 정책조율이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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