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울산은 부산경남과학기술원(이하 부경과기원) 설립과 UNIST의 과학기술원 전환을 놓고 대척점에 선 모양새다.
부경과기원 설립과 UNIST의 과기원 전환이 별개 사안으로 함께 성사되면 좋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대했던 국회 법안심의 및 통과는 지연되고 정부는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신규 과기원 설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과 경남은 부경과기원 설립이 UNIST의 과기원 전환에 밀려 자칫 헛물만 켠 꼴이 될 수 있다는 불안한 속내다.
현재 3개 과기원인 KAIST와 GIST, DGIST는 각각 충청과 호남, 대경권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UNIST가 과기원 전환에 성공하면 동남권 소재 과기원이라는 점에서 부경과기원 설립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소관 부처인 미래부 또한 신규 과기원 설립보다는 UNIST의 과기원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당초 독자적인 과기원 설립 방향을 바꿔 부경과기원으로 연대하고 지역 국회의원과 산학연 여론을 모아 부경과기원법의 국회통과를 계속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를 상대로는 UNIST 과기원 전환과 함께 제2 캠퍼스를 부산 경남에 설치하는 대안도 마련해 제시할 계획이다.
하승철 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은 “부산 경남은 인구 700만명이 거주하는 우리나라 제2의 경제권이지만 고급 연구인력 양성 인프라 부족으로 산업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부경과기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UNIST는 UNIST의 과기원 전환이 부경과기원 설립과 맞물리면서 갑갑한 상황에 빠졌다.
법인 국립대 UNIST의 과기원 전환은 예산 문제 등이 걸려 있는 신규 과기원 설립과 달리 법안만 통과되면 바로 가능하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이 부경과기원 설립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정치 논리에 지역 갈등론까지 불거지자 UNIST의 과기원 전환도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무제 UNIST 총장은 “UNIST는 설립 때부터 정부 과기특성화대학 육성 정책에 따라 3개 과기원과 함께 지원이 이뤄졌다. 과기원으로 전환은 정부 정책의 연장선이며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과기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전북도는 바이오·미생물 분야의 특성화된 과기원 설립 필요성에 낙후한 지역 산업의 현실 및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산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