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구입한 CD에 담겨 있는 음악을 스마트폰에 넣기 위해 MP3로 변환하는 것도 불법인 나라, 영국의 저작권법이 드디어 바뀐다. 오는 6월부터 음원 등 저작물에 대한 ‘사적 이용’이 허용되는 것이다.
31일 와이어드는 엄격한 저작권법을 적용하던 영국이 저작물에 대한 개인 복사본을 허용하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지금까지 백업부터 본인 사용용도 등 모든 경우에 있어 CD, DVD, 책 등 모든 저작물을 복사해 포맷을 바꾸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해왔다.
6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저작권법은 원본 소유자가 사용하는 용도 내에서 MP3부터 전자책까지 변환해 사용 가능하다.
영국 지적재산사무소(IPO)는 “새로운 저작권법에 따라 원본의 복사가 허용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친지들과 공유할 수는 없다”며 “복사본을 전달하고 싶은 경우에는 원본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른 사본을 모두 폐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구입한 원본의 디지털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기능을 풀 수 없다면 정부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이의가 제기되면 영국 정부는 저작권자에게 소비자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내릴 권한이 있다. 지난 25년간 법으로 허용되어 온 권리지만 개인의 복사를 허용하는 새 저작권법으로 관련 불만제기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물의 인용도 법적 허용 범위가 넓어진다.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 관련 내용의 인용이 가능하던 비평, 리뷰, 기사 등의 형식 제한을 없애고 길이 등을 고려해 적절한 사용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에 허용하기로 법 조항을 개정했다.
‘적절한 사용’의 범위는 유튜브 뮤직비디오 제작 등 패러디물이나 모방작품을 만드는 데도 적용된다. 사례마다 모방 작품이 원본의 권리를 침해한 정도를 평가해 법적 허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각 나라마다 지적재산권 허용범위가 다른 가운데, 대부분의 나라들이 사적인 이용을 위한 원본의 복사를 허용하고 있다. 폴란드와 스웨덴은 개인이 사적 용도에 대한 복제에 대해 세금을 내고 국가는 저작권자에게 보상을 한다. 국내 저작권법 역시 사적인 용도로 복사하는 것을 허용한다. 스페인은 개인적인 목적 이외에 비영리 목적의 배포까지 합법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최근 음원 소유권자 단체인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디지털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MP3 변환을 제한하려 하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은 현재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