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한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성인 남자 키보다 큰 직육면체 모양의 기계에서 윙윙거리는 가동음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투명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보자 레코드판을 읽는 바늘처럼 생긴 ‘헤드’가 쉴새 없이 움직이며 자동차 내장재 가운데 하나인 에어벤트를 만들고 있었다. 현대모비스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의 일등공신인 3D 프린터였다.
기자가 들어선 곳은 RP(Rapid Prototyping·신속조형기술)실이라고 불리는 3D 프린터 전용 공간.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하는 모든 부품의 시작품(prototype)을 이곳에서 제작한다.
조성민 시작개발팀 부장은 “연구소에서 개발하는 부품이라면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는 모든 부품의 시작품 제작이 가능하다”면서 “인기가 많아 2주에서 1달 정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로 그린 설계도와 실제 제품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작품 제작이 필수다. 조금만 각도가 어긋나도 실제 제품에서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조립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형을 뜨는 기존 시작품 방식에서는 금형 제작에만 45일에서 3달까지 걸리고 비용도 2500만~4000만원이 들었다. 더욱이 설계가 변경되면 이렇게 공을 들인 금형도 무용지물이 된다.
3D 프린터로는 2주 이내에 모든 작업이 끝난다. 비용도 200만~50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 기간은 최대 12분의 1, 비용은 8분의 1로 줄였다.
한진희 시작개발팀 대리는 “과거 3~4년 걸리던 신차 개발 주기가 2년 내외로 단축되면서 단기간에 고품질 부품을 제작하는 것이 자동차 부품 업체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면서 “3D 프린터가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3D 프린터 사용 비중을 더 높여나가기로 했다. 부품 개발을 위한 개발절차서에 아예 시작품 제작시 3D 프린터를 사용하도록 못박는 사례도 늘고 있다. 4억~6억원에 달하는 3D 프린터 3대를 운용해 연간 1000개가 넘는 시작품을 제작한다. 하루 24시간을 가동해도 모자랄 정도로 제작 의뢰가 넘쳐나고 있다. 연내 1~2대를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조성민 부장은 “지금은 시작품 제작이나 튜닝용 부품 제작에만 3D 프린터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향후 실제 자동차에 장착하는 고강도 부품 양산에도 3D 프린터가 사용되는 날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