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알뜰폰 사업 진출…KT도 잇따를 듯

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MVNO)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SK텔링크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KT 역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사업자(MNO), CJ헬로비전·에스원 등 대기업 계열사, 이통사 자회사 MVNO가 본격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최근 콘텐츠 유통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통한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결정하고 별정통신사업자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한다는 협정서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하면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알뜰폰 사업 진출을 타진해왔다. SK텔레콤이 자회사 SK텔링크 알뜰폰사업으로 가입자를 차곡차곡 늘려가는 반면에 LG유플러스는 임대 사업자 수가 적고 다양한 요금제 출시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업계 순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확대하려면 알뜰폰 사업은 필수라고 봤다. LG전자도 계열사가 알뜰폰 사업을 하는게 중저가 휴대폰 판매와 재고 처리 등에서 유리하다.

이통사가 잇따라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업계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우선 휴대폰 유통 노하우와 자금력, 단말기 조달 창구를 가지고 있다. 보조금 때문에 이통사가 영업정지 제재를 받더라도 알뜰폰과 무관해 가입자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일단 총대를 매면 KT도 곧바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T 자회사 ktis는 이미 지난 2011년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알뜰폰 사업 진출을 선언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올해 초 다시 알뜰폰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통 3사가 자회사 알뜰폰을 거느리면 CJ 등 대기업과 중소 알뜰폰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라도 기존 유통망을 거느린 이통사와 경쟁하기는 어렵다”며 “중소사업자가 고사하면 알뜰폰 시장이 이통사 자회사 대리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법상 알뜰폰은 사업자가 등록만 하면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놨기 때문에 정부가 알뜰폰사업 허가 여부를 검토하거나 설립을 막을 수는 없다”며 “SK텔링크처럼 이통사 자회사 알뜰폰에 대해서는 별도 등록 요건을 부과하는 등 후속 조치는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영업정지 이후 다양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