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기업으로 성장한 모사의 1차 협력업체 K사는 스마트TV 프로그램 관리 소프트웨어(SW)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전시회에 전시했다. 전시 이튿날 K사는 일본 J사가 특허침해로 자사를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소장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협력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독자적인 해외 마케팅이 처음이었던 K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부랴부랴 지인의 소개로 미국 서부에 위치한 L로펌을 선임했고, 그들은 K사가 버지니아주에서 상행위를 한 경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대물관할(subject matter jurisdiction) 결여’를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으로 소송지 이송신청을 했다. 하지만 K사가 이전에 버지니아주 기업이 많이 참석하는 뉴욕 전자제품쇼에 참가했던 이력을 알아낸 J사의 추가 자료 제출로 이송신청은 기각됐다.
미국 연방법원은 9개의 순회법원(circuit)과 94개의 지방법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허법은 연방법원이 관할권을 소유하고 있다. 특정법원이 관할권을 가지려면 △피고가 해당법원 관할에 주거하거나 사업을 하는 대인관할(personal jurisdiction) △소송쟁점이 관할지역에서 발생했음을 충족하는 대물관할 △소송 당사자 특히 피고에게 불편하지 않은 소송지(venue) 등 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방대법원은 대인관할과 대물관할 관련해 관할지역에서 최소한의 접촉(minimum contact)만 있어도 충족한 것으로 대부분 판결했다. 즉 K사가 뉴욕 전자제품쇼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성립이 된다는 얘기다.
결국 K사는 소송대리인을 미국 특허침해소송 경험이 많은 국내 법무법인 B로 바꿨다. B법인은 소송 대응 업무를 이원화했다. 쟁점특허 분석, 방어전략 수립과 집행은 자신들이 맡고, 미국 내 제휴사인 I로펌에는 소송진행을 맡겼다.
B법인은 J사 쟁점특허들의 청구항 해석을 분석한 결과, 쟁점인 K사의 SW를 포함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쟁점특허들의 특허출원심사경과기록을 분석해 출원인이 쟁점 청구항의 범위를 한정한 사실과 한정한 범위에 K사의 SW가 포함되지 않음을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B법인은 J사의 특허 무효화가 가능한 자료를 발굴했다.
이어 B법인은 청구항 범위 한정과 특허무효에 관한 미국 특허변호사의 의견서들을 입수했다. B법인은 I로펌에 청구항 범위 한정 자료는 침해소송 항변자료로 법원제출을, 무효자료는 J사 쟁점특허 무효심판 신청 준비를 각각 지시했다.
K사의 이런 대응을 접한 J사는 몇주 후 K사에 소송 취하와 무효심판신청 정지 그리고 라이선스 협상 제안을 해왔다.
미국 특허침해소송 법무업무는 특화된 영역이다. 성공적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선임이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는 대부분 미국 특허변호사인데 공급이 한정돼 있어 수임료가 비싸다. 그렇다고 특허침해 비전문 로펌에 맡기면 특허법상 정확한 이슈가 아닌 다른 법적 이슈로 변질돼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기 일쑤다.
다행인 것은 국내 법무·특허법인들 중 미국 특허침해소송 경험이 많은 곳이 상당히 있다. 수임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통도 훨씬 빨라 성공적 대응이 가능하다.
미국 특허변호사의 의견서는 미국 특허침해소송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공대 학위가 있어야 자격증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쟁점 기술과 특허법 두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특허변호사의 식견을 법원이 신뢰하는 편이다. 또 고의 침해를 일벌백계하기 위한 징벌적 배상 판결 여부도 특허변호사의 침해의견서 수령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물론 침해소송의 쟁점 기술과 특허변호사의 전문 분야가 연관성이 있어야 하고, 의견서에는 기술과 청구항 분석, 청구항의 침해피의품 포함 여부 등에 면밀한 조사분석이 잘 나타나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미국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