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너무 서둘렀나` 제안서 누락으로 기상청 슈퍼컴 유찰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도입 입찰이 IBM 측의 준비 미흡으로 한 차례 유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월 24일 슈퍼컴퓨터 입찰 공고를 내고 지난 3월 21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이번 입찰에는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업체인 크레이와 IBM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복수의 사업자가 참여하면서 조건이던 경쟁입찰이 성립됐지만 입찰은 유찰됐다. 이유는 IBM의 준비 부족 때문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2개 이상의 유효 업체가 들어오면 유찰이 안 되는데, IBM이 제출한 제안서에 누락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입찰 준비는 한국IBM에서 담당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도입 프로젝트는 국내외 컴퓨팅 업계에서 관심이 높다. 기상청이 현재 운영 중인 슈퍼컴퓨터(3호기)보다 15배 빠른 기기 도입을 결정하면서 사업 규모만 600억원에 이른다.

기상청 공고에 따르면 예산은 5414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574억원에 달하고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총예산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상청이 새로운 슈퍼컴퓨터 도입에 나선 건 5년 만의 일이어서 관련 기업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 때문에 인텔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데, IBM은 첫 출발부터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국IBM은 이번 제안서 누락 및 유찰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상청은 지난 3월 24일 다시 공고를 내고 이달 9일까지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크레이와 IBM 등이 다시 정비해 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성능, 가격 등을 고려한 2단계 경쟁 입찰을 통해 이르면 5월 중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시스템 도입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