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첫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equity crowdfunding)’ 기업이 탄생했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이 침체된 유럽의 일자리 창출과 중소·벤처기업을 살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법에 막혀있다.
2일 로이터는 소프트웨어 기업 ‘다이아만 테크’가 이탈리아 최초의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다이아만 테크는 세 달간 65명의 투자자로부터 15만8870유로(약 2억3167만원)를 모집해 초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2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비교적 일찍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만들었지만 현실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고용률 증진과 경제 회복을 위한 스타트업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그간 주로 제품과 상품권 등 ‘현물’로 투자 금액을 보상해주던 기존 크라우드펀딩의 위험과 단점을 보완한 새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계획을 밝히기도 했지만 이 법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돼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신생기업의 혁신제품 개발에 기여한다며 국가적으로 소매를 걷은 제도다.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높은 데다 벤처·엔젤 투자자 업계 전체가 법 통과를 희망하고 있지만 계류 중”이라며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돼야 하는 안건임에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상반기에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골자로 ‘잡스법’을 개정해 제도화했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이미 이탈리아뿐 아닌 전 유럽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성장시킬 새 대안으로 확산될 기세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에 효과적일 것이라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 최대의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가진 영국이 대표적이다. 2012년 문을 연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시더스(Seedrs)’를 비롯해 크라우드큐브(Crowdcube) 등 업체가 선봉에 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각국의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기업은 국경을 넘어 다른 유럽 국가 투자자의 자금을 기업과 연결하는 확장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펀디드바이미 크라우드펀딩 등 기업이 독일·스페인·이탈리아로 진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색·분석 전문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테임(Tame)’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콤파니스토’에서 25%의 지분 가치를 팔았으며 오스트리아·스위스·덴마크와 영국 등 각국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10억유로(약 1조4578억원)를 모아 전년의 7억3500만유로에 비해 30% 이상 크게 올랐다.
<유럽연합(EU)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모금 규모 추이(단위:유로) / 자료:월스트리트저널,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