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연구개발(R&D) 투자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2조원을 돌파한지 3년만이다. 지식재산권 보유 건수가 크게 증가해 질적 성장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도 투자를 늘리고 있어 현대차그룹 R&D 경영이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현대·기아차 2013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R&D 투자 금액이 3조905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에만 4319억원을 한꺼번에 쏟아부은 결과다. 2010년 2조2560억원으로 2조원 시대를 연 이후 3조원 돌파까지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대차는 1조849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후 3년만에 2%를 넘어섰다. 기아차는 전년보다 20.8% 늘어난 1조2415억원을 투자하며 현대·기아차 R&D 투자의 양적성장을 뒷받침했다. 기아차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6%까지 높아졌다.
R&D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외 지식재산권 보유도 크게 늘었다. 현대·기아차 국내외 특허등록 건수는 2012년 1만9509건에서 지난해 2만3261건으로 1년만에 3752건이나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30%가 넘는 1139건의 특허를 해외에서 등록해 전반적인 R&D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R&D 투자도 크게 늘었다. 현대모비스는 17.8% 늘어난 4240억원을 투자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1.24%를 기록했다. 현대위아는 539억원을 써 R&D 비용 증가율이 무려 43.3%에 달했다.
그러나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글로벌 최상위권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R&D 투자를 한층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4개사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3조5684억원으로 2012년 폴크스바겐(13조9000억원), 도요타(10조4000억원), GM(8조2000억원) 등이 지출한 R&D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대·기아차 연도별 R&D 금액 추이 / 자료:현대·기아차>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