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LED 업계는 ‘춘래불사춘’

○…대한민국 소재 산업, 믿을 이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인수 제안을 받은 A사. 놀랍게도 A사의 창업자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답니다. 많은 창업자들이 그렇겠지만 A사의 사업이 본궤도에 이르기까지 창업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트렁크에 제품을 싣고 다니면서 이곳저곳 문을 두드려 가며 영업하기도 했고, 회사를 키우려고 온 가족이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맨손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의 회사로 일궈오다 보니, 돈도 마다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도 더 큰 이유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는데요. 소재 약소국이라는 우리나라에도 미래를 이끌 씨앗들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IT성공신화를 만든 대한민국, 이런 힘들이 있어 소재 산업도 언젠간 꽃피울 날이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LED 업계는 ‘춘래불사춘’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벚꽃 천국’입니다.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발광다이오드(LED) 업계 분들을 만나면 여전히 찬바람 쌩쌩입니다. 말 그대로 이들에겐 ‘춘래불사춘’입니다. 최근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공공조명을 모두 LED로 교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정부는 LED 조명의 플리커(깜박거림) 현상을 당분간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대만큼 열리지 않고 있는 국내 LED 시장에 봄 기운을 드리우기 위한 배려이죠. 하지만 업계는 아직까진 ‘희망 고문’에 불과하다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공공 LED 시장에서 뛸 선수는 이미 정해져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의 LED 업체만이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어찌됐든 공공 시장이 열리면 민간 시장도 빠르게 확산될 것입니다. 하지만 업계는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중국 업체의 공세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기술 개발 투자는 고사하고 적자폭이 커지면서 한숨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LED 업계가 그토록 기다리는 봄은 정말 올까요.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IT 소재부품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태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IT 소재부품 종목은 추천을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네요. 심지어 같은 회사 펀드 매니저도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열심히 종목을 발굴하고 분석해도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IT를 담당하는 기자 입장에서 애널리스트들과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낍니다.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 얼른 나와야 우리나라 IT 산업이 재도약 할 수 있을 텐데요. 정말 큰일입니다.

○…작은 땅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야

요즘 국내 팹리스 업계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기업들의 고민이 많습니다. 당연히 서로 힘을 모으고, 고민도 나누고,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노력이 활발할 것 같은데요. 팹리스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한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어느 대학, 어느 기업 출신인가에 따라 그들끼리 친하게 지내니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은 어울리기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합병(M&A)으로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다들 자기 밥그릇에만 신경 쓰느라 길게 내다보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아마도 무한경쟁이 계속 되다보니 어렵기 때문일 텐데요. 이럴 때일수록 주위를 돌아보며 힘을 모으는 게 어떨까요.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