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경찰청, 끝나지 않은 RFP 논란···이번엔 ‘온도’가 쟁점

특정 업체만 제안 가능한 제안요청서(RFP)로 논란에 쌓였던 경기도지방경찰청에 또 네트워크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전규격 RFP 중 업계가 수정을 요구한 상당 부분을 고쳤지만 ‘영하 20도’ 작동 내용을 고수해 대다수 업체 입찰 참여가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

경기경찰청, 끝나지 않은 RFP 논란···이번엔 ‘온도’가 쟁점

6일 경기경찰청은 지난달 180여억원 규모 ‘초고속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을 위한 사전규격 공지 후 LG유플러스 등 13개 업체가 제기한 이의 제기와 수정요청에 대한 답변을 게시했다.

외국 장비와 호환성, 동일 제조사 장비로 제안 등 논란이 됐던 부분은 수정됐지만 ‘영하 20℃~영상 50℃ 환경에서 동작해야 한다’는 내용은 ‘수정불가’를 명시했다. 통상적으로 전송장비 동작온도 규격은 실외 설치 시 영하 20℃~영상 60℃, 실내는 0℃~영상 50℃를 적용한다.

업계는 지구대가 실내이기 때문에 당연히 0℃ 이상 규격을 만족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공고를 낸 13개 경찰청 중 유일하게 경기경찰청만 실내 장비에 실외 기준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국내 장비가 영하에서 테스트를 받은 경우가 없어 별도로 테스트를 받거나 부품을 바꿔 장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한 전송장비 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보안 문제 때문에 실외에는 설치할 수 없는 네트워크 장비인데도 굳이 실외 규격의 온도 문구를 넣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경기경찰청이 2008년 사업 당시 공고한 RFP에도 온도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경찰청은 야간 근무자가 없는 치안센터나 검문소 등을 고려해서 정한 규격이라고 밝혔다. 연천이나 포천, 가평 등에서는 근무자가 없는 밤에 난방을 하지 않으면 실내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 두 곳이 자사 장비가 영하 30도와 영하 20도에서 가동이 가능하다고 제안을 한 적이 있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24시간 인력이 근무하는 지구대와 달리 치안센터나 검문소 등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내 기준으로는 적용이 어렵다”며 “전체 규격을 통일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다시 이의신청이 들어와 확인 중에 있으며 업계와 상의해 본공고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증과 표준화 전문 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따르면 국내에 네트워크 장비의 온·습도 관련 별도 인증은 없다. 발주처가 원할 때나 벤치마크테스트(BMT) 과정에서 시험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경기경찰청이 입장을 고수하면 대다수 업체가 장비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