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가 지난 3월 29일 개막전을 갖고 열전에 돌입했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시작되면서 야구팬들은 경기장을 찾을 기대에 들떠 있다. 경쾌한 타격음과 역동적인 선수들의 움직임, 여기에 치어리더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응원까지 더해지면 스트레스가 싹 달아난다. 경기장을 찾지 못해도 TV로 보는 야구경기도 신나기는 마찬가지다.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고, 수비수는 이 공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스포츠다. 단순해 보이지만 야구 속에는 많은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먼저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을 보자. 야구공의 지름은 7.23㎝, 무게는 140g 안팎이다. 두 장의 가죽을 사용하며 붉은 실로 108번 꿰맨다. 이 108개의 실밥은 공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실밥은 야구공의 속도를 빨라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실밥이 없는 공을 사용하면 공기 마찰이 줄어 속도가 더 빠를 것 같지만 사실은 더 줄어든다. 실밥이 공기를 가르면서 공 뒤쪽에 소용돌이를 없애 추진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마치 골프공 표면의 움푹한 구멍인 딤플이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실밥이 없는 공은 시속 130㎞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밥이 더해지면 최고 160㎞ 이상의 빠른 공도 던질 수 있다.
실밥은 공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수들은 직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싱커, 체인지업, 너클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이 변화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실밥이다.
공의 회전을 설명할 때 쓰이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라는 물리학 법칙이 있다. 1852년 독일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 탄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 법칙은 유체(액체나 기체) 속에서 회전하는 물체가 회전에 의해 흐름이 가속되는 쪽에서 유속과 회전축에 모두 수직인 힘의 작용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즉 회전하는 물체에 흐름이 직각으로 부딪치면, 그 물체는 흐름에 직각방향인 힘을 받는다.
투수가 실밥을 이용해 공의 한쪽 방향에 회전력을 가하면, 다른 한쪽은 공기의 저항을 받아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공이 휜다. 즉 투수가 공에 준 회전력에 따라 날아가는 공 주변의 압력 차이가 발생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공이 압력 변화에 따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다. 축구의 프리킥에서 공이 휘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실밥을 붉은 색으로 만든 것은 야간경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야 확보를 위해 야구공 가죽을 하얗게 만들었고, 공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실밥은 빨간색을 사용했다.
수비 시에도 과학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 타자가 친 공이 얼마나 날아올지를 알려면 수비수는 타격 직후 약간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가만히 서서 보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보면 속도 등을 더 잘 알 수 있고 낙하지점도 파악하기 쉽다. 물론 선수들은 수많은 반복 훈련을 통해 타격하는 순간에 직감적으로 낙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과학보다 앞선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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