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학교 정보화 사업 저품질 논란···스마트스쿨 재개 시 중복투자 우려도

정부 스마트스쿨 사업과 별도로 각 지역 학교가 추진 중인 교과교실, 스마트교실, 농산어촌학교 정보화 사업 등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성능 공유기 등 부적합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스마트스쿨 사업 재개 시 중복투자 우려도 제기돼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네트워크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0억원 규모 스마트교실 사업을 추진했던 한 광역교육청 산하 초등학교와 중학교 100곳 중 상당수에서 스마트교실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저가·저성능 무선접속장치(AP)를 구매하는 바람에 성능이 떨어져 일부 학교에선 자체 예산으로 무선 AP를 재구매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 학교에 예산을 내려 보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학교별로 사업을 하다 보니 IT 전문가가 아닌 교사가 제품을 선정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정보통신공사 면허가 없는 업체가 알음알음으로 네트워크를 설치하기도 했다.

업체가 저성능 제품을 제안해도 제대로 된 검토가 쉽지 않다. K중학교의 경우엔 가정용 무선 공유기인 아이피타임 두 대를 도입했다. 가정용 공유기는 동시접속 가능 회선이 10개 미만이라 접속자가 늘면 속도가 느려진다. 컨트롤러를 갖춘 기업용 무선랜의 성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당 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해 학교별로 공문을 취합 중인데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며 “올해는 예산 효율성 등 여러 이슈 해결을 위해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당 교육청은 올해 15억여원을 들여 300여 학교에 스마트스쿨 사업을 진행한다.

인천 M고등학교와 대구 D고등학교도 저성능 장비 탓에 불편을 겪고 있다. M고등학교는 교실마다 무선 AP를 설치했고 일부 학년에는 노트북을 지급해 온라인 시험을 치르게 했다. 하지만 웹페이지 접속 속도가 느려지고 버퍼링 때문에 온라인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

농산어촌 지역 스마트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ICT를 활용한 농산어촌 학생 학습여건 개선 및 문예체험 확대’ 사업의 일부 대상 학교에도 저성능 제품이 공급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현재 전국 농산어촌 학교에서 쓰는 일반 공유기는 300개 정도로 파악됐다”며 “검증된 기업용 무선랜이 아니기 때문에 성능 저하뿐만 아니라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스쿨과 다른 사업 간 중복투자 우려도 나온다. 태블릿PC는 여러 종류의 제품을 쓸 수 있지만 스마트스쿨의 핵심인 무선랜은 그렇지 않다. AP와 이를 관리하는 컨트롤러는 동일 업체 제품끼리만 호환된다. 제품 공급사가 바뀌면 자칫 기존 인프라를 모두 걷어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 여러 AP에 쓰일 수 있는 ‘멀티 AP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란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제품에 의문이 있으면 교육청과 상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교사가 단독으로 장비를 구매하는 사례는 없다”며 “교사의 ICT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연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교육청에서 학교별 여건을 파악한 뒤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중복투자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