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 인하 경쟁에 미국 소비자들이 웃고 있다.
지난해 T모바일에 의해 촉발된 통신료 인하 경쟁은 사업자 변경없이도 대다수 고객이 혜택을 볼 정도다. 신규 고객은 물론이고 기존 고객을 묶어 놓기 위한 조치가 속속 나오면서다.
비교적 차분하던 전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도 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었다고 7일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전히 정부가 요금을 인가해줘야만 인하가 가능한 규제정책국인 우리나라와는 비교되는 대목된다.
버라이즌은 지난주 공식 발표 없이 슬그머니 월 140달러(약 14만7000원)짜리 가족요금제를 발표했다. T모바일과 AT&T에 맞불을 놓기 위한 조치였다.
레컨 애널리스틱스의 로건 엔트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만 해도 매월 120달러씩 내던 통신요금이, 요즘은 65달러로 줄었다”며 “굳이 통신사를 변경하지 않았는데도 데이터는 2배 더 쓰면서, 내는 요금은 반 값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모펫네이탄슨 리서치의 크렉 모펫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전미 통신사의 요금제 조정과 프로모션, 가격할인 이벤트는 전분기 대비 2배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4개 스마트폰을 쓰는 10기가형 가족 요금제의 경우, 월 180달러에서 160달러로 떨어졌다. 워낙 파격적 가격이라 버라이즌은 ‘한시적 프로모션’이라 밝혔지만, AT&T를 겨냥한 인하책으로 풀이된다.
커런트 애널리시스의 웨이톤 헨더렉 애널리스트는 “버라이즌은 경쟁사인 AT&T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특히 부가매출 가치가 가장 높은 10기가 데이터 사용 고객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반면 월 200달러의 ‘프래밀리’(Framily)라는 요금제를 내놔, 버라이즌과 대적하고 있는 후발주자 스프린트는 내달부터 번호이동 고객에게 65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신규 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같은 요금 인하 경쟁에도 불구, 각사의 수익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 샴모 버라이즌 CFO는 “지난해 고객당 월평균 요금은 157달러로 7% 증가했다”며 “이번 요금인하로 더 많은 고객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으로 기기변경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 면에서 손해를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발 통신료 인하 경쟁의 불씨가 된 T모바일은 올해부터 기기값을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2년 약정 방식의 요금제를 권유하며 제2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