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블로그인 삼성 투모로우를 통해 “회사의 소식을 알리고 때로는 언론의 매서운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기업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는 블로그 글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 언론계에서 삼성전자는 최대 광고주로서 누구나 인정하듯 ‘을’이 아닌 ‘갑’이다. 블로그에서 삼성전자는 마치 약자이며, 전자신문이 횡포를 부리는 매체처럼 서술했다. 블로그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는다.
◇삼성전자, 일방적 ‘오보’ 주장…전자신문과 기자에 억대 소송
삼성전자가 지난달 17일자 본지 보도를 문제삼은 후 행태를 보면 언론사와 기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해 당사자 모습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보낸 1차 정정보도청구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언론의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회사라면 이런 고압적인 태도를 결코 나타내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블로그에서 “전자신문의 오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제품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심사숙고 끝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기사에 대해 ‘오보’로 전제하고, 기자가 마치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쓴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신문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신뢰성을 인정받는 IT 전문 매체다. 삼성전자의 주장대로라면 주요 외신들이 전자신문을 인용할 리 만무하다. 그만큼 전자신문 뉴스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인정한다는 방증이다.
전자신문은 전문 기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기사 출고시 데스크-취재부국장-편집국장 등 단계를 거치면서 사실 확인을 검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장처럼 오보를 2차례에 걸쳐 내보낼 정도로 허술한 언론사가 아니다.
전자신문은 갤럭시S5 렌즈 관련 기사 출고에 앞서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취재원을 통해 철저하게 사실을 확인했음을 다시 한번 알린다. 삼성전자는 1차 정정보도 청구문에서 ‘갤럭시S 최초 출시일인 2010년 6월부터 갤럭시S4 출시일인 2013년 4월까지 핵심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제조업 종사자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억지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을 갖춘 회사라도 소재부품 수급에 단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기사로 재반박…삼성 블로그는 여전히 오보 주장만
삼성전자는 ‘3월 17일자 보도가 나간 이후 다시 한 번 내용을 확인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전자신문은 3월 25일자로 비슷한 내용의 2차 보도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렌즈 금형 문제는 풀었지만, 렌즈 코팅·해상도에서 또 다른 암초가 등장해 갤럭시S5 초도 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전자신문이 확인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고 비슷한 내용의 2차 보도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차 보도는 삼성전자가 1차 보도를 반박한 것에 대한 재반박성 기사였다. 기술적인 근거를 수록함으로써 1차 보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소재부품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만 하는 삼성전자보다는 훨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한다.
◇갤럭시S5 몇 만대 뿌리고 조기 출시?
삼성전자는 ‘생산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전자신문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5는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3월 27일 SKT를 통해 전격 출시되며 한국 소비자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산에 차질이 있다는 것과 조기 출시는 별개의 사안이다. SKT가 내놓은 갤럭시S5 물량은 삼성전자 초도 생산량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5를 6100대만 만들면 언제든 61개국에 100대씩 출시할 수 있다. 본지는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삼성전자가 초도 생산을 목표로 한 500만~700만대보다 적은 400만~5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갤럭시S5 시장 반응이 전작 갤럭시S4보다 좋다고 공식적으로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갤럭시S5 초도 생산 물량을 갤럭시S4 초도 생산량 1000만대보다 훨씬 적게 잡은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기술력 총 결집한 갤럭시S5?, 삼성전자 품질 경영에 더욱 매진하길
삼성전자는 갤럭시S5가 그동안 휴대폰 분야에서 쌓아 온 기술력을 총결집해 만든 제품이라고 밝혔다.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전자신문의 두 차례 보도는 출시도 안 된 갤럭시S5의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전자신문 보도 이후 같은 내용의 기사가 해외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공식 출시될 경우 전 세계 판매는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전자신문은 결코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치기 위해, 또는 갤럭시S5를 폄훼하기 위해 기사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갤럭시S5 핵심 소재부품 수급 문제를 지적하고 문제를 개선시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삼성전자는 ‘바쁘게 취재하다 보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화할 수도 있지만, 이번처럼 사실이 아니라는 간곡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기사화하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 기자가 문의한 내용에 대한 어떤 근거도 없이 사실무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히려 고압적인 태도로 소송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수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다. 만약 삼성전자가 ‘렌즈에 문제가 있지만, 조만간 해결할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회신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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