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 겨눈 내부 문서 공개, 애플 “큰 화면 만들어야”...삼성 “애플 타도가 최우선”

애플과 삼성전자의 내부 문서가 2차 특허소송 과정에서 속속 공개되고 있다. 허점과 실수를 인정하거나 상대방의 우위를 끌어 내리려는 선두 전쟁의 치열한 단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애플이 작성한 `대화면 대응` 관련 내부 문서 <자료:리/코드(Re/Code)>
애플이 작성한 `대화면 대응` 관련 내부 문서 <자료:리/코드(Re/Code)>

8일 애플인사이더는 ‘애플 격파가 최우선(Beating Apple is #1 Priority)’이라고 적시한 삼성전자의 2012년 경영 과제 내부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문서는 삼성전자가 2011년 말 작성한 것으로 애플이 법정 자료로 제출했다.

문서에는 2011년 4분기에 122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애플의 위협이 ‘심각하게 현실적이며 긴급한 상황’이라고 적시해 위기감이 묻어났다. 애플의 차년도 예상 판매 대수와 매출, 영업이익을 추산하며 ‘애플이 2012년에 무엇을 출시할 지 파악해야 한다’며 ‘2013년 아이폰5가 얼마나 많이 팔릴지 예측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갤럭시 브랜드’ 홍보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며 ‘소비자가 왜 애플 제품을 사야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내용과 ‘통신·유통 채널 파트너를 개발해야 한다’는 등 내용도 담겼다고 애플인사이더는 보도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압박을 의식한 문건도 공개됐다.

이날 공개된 애플의 지난해 문서는 내부적으로 ‘대화면’ 제품 출시 필요성을 인지했음을 보여줬다. 리코드(Re/Code)가 입수한 애플의 슬라이드는 2013년 전략을 담은 내부 문건으로 대화면 제품이 없는 자사의 허점을 인정한 내용이다. 역시 법정에 제출된 문건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우리에겐 없다(Consumers want what we don`t have)’고 표기한 이 문건은 사용자가 보다 저렴하고, 아이폰 보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찾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위기감도 나타냈다. 이 문건은 애플이 아이폰5S·5C를 공개하기 서너달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대화면을 만드는 삼성전자 등의 위협 때문에 치열했던 전략 전환을 고민한 흔적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인투모바일은 “5S의 성공에도 시장에서 애플의 하락세는 이 문제와 연관됐다”고 부연했다.

자료에는 2012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2억2800만대 늘었지만 대화면과 저가 제품이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나왔다. 아이폰 판매량은 2009년에 전년보다 107% 늘었지만 2010년 93%, 2011~2012년 78~74% 성장률에서 2013년 1분기 26%로 떨어진 이후 2013년 3분기 8% 늘어난데 불과하다고도 언급됐다. 인투모바일은 “이 자료에 비춰볼 때 애플이 올 가을에 대화면 제품을 내놓을 것이 분명하다”고 예측했다.

앞서 삼성전자의 슈퍼볼 광고를 본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이 초조함을 강조한 내부 이메일과 삼성의 브랜드 파워를 의식한 애플이 광고 문구를 바꾼 사연 등도 공개돼 화제가 됐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