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기기로 모두들 웨어러블 얘기를 하고 있다. 기기의 발달사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노동을 돕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기기들의 최종은 인간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빅데이터, 무선연결, 각종기기 및 센서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려낼 세상을 상상해보며 지금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기에 좋은 시점인 것 같다.
2002년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을 다루고 있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하게끔 해준다. 즉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이를 활용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게 줄거리다.
1984년 개봉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1997년,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전략 방어 네트워크(스카이넷)가 스스로의 지능을 갖추고 핵전쟁의 참화를 일으켜 30억의 인류를 잿더미 속에 묻어버린 후에 지능을 갖춘 기계들을 이용해 인간 말살을 시도한다는 게 줄거리다.
간격을 두고 나온 영화이긴 하지만 이 두 영화에 공통으로 흐르는 플롯은 거대한 네트워크다. 기계에 지능을 갖추게 하고 전 세계 핵무기들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인간이 구축해 놓은 방대한 네트워크와 그 네트워크에 쌓여 있는 지식들이다. 뉴욕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유전자 정보까지 고려해 한 사람의 행동을 예측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 역시 강력한 예지력을 갖춘 중앙처리 시스템과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갖춘 네트워크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자. 모바일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대별되고 있는 지금의 변화는 바로 탈인간화가 아닐까? 인간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던 지식들, 시간과 지리적 한계에 갇혀 있던 소통의 한계를 지금의 모바일혁명은 걷어내고 있는 듯하다. 이제 모든 지식은 손바닥화면 저 너머에 무한대로 있다. 위키피디아, 구글검색이면 거의 모든 지식을 찾을 수 있다. 내 일상은 손바닥 위의 조그만 기기에 의해 추적되고 그 기록 또한 무한대로 어디엔가 기록되고 있다. 내 생각은, 내 경험은,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와 얘기들은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다. 웨어러블의 일상화는 우리들의 표현과 행동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신체 반응도 기록하고 추적가능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저 너머 어딘가를 ‘클라우드’라 부른다. 그리고 그 너머에 쌓이는 정보들을 ‘빅데이터’라 말한다. 그리고 그 클라우드를 들여다볼 수 있게끔 해주는 모바일기기가 있다. 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무선 또는 유선 네트워크’다. 웨어러블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의 신체가 직접 여기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고, 사물인터넷은 내 주변의 모든 기기들을 여기에 접속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스카이넷, 프리크라임넷 등이 바라본 미래는 그렇게 밝지 않았다. 수백만년을 진화해온 인간의 틀인 몸은 자연환경과의 끝없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만들어져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이러한 인간이 만들어내고 있는 ‘클라우드-네트워크-디바이스-센스’로 이어지는 탈인간화의 틀 역시 끝없이 진화할 것이다. 인간과 이 새로운 시스템과의 선한 공존을 위해서는 클라우드로 저장되는 개인 정보들에 대한 주체적인 관리자가 누구여야 하는지도 지속적인 질문과 토론을 통해 그 개념을 진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다양한 소셜서비스와 웨어러블 기기들의 등장은 이 진화의 속도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구환 퍼플프렌즈 모바일마케팅연구소장 koohwanl@gmail.com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