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 기본권뿐만 아니라 부모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인인 학부모의 판단과 교육권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되레 청소년과 함께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화연대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위헌보고서’를 발간하고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을 즐기는 ‘행복추구권’,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게임을 사용하는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 인터넷게임 사용자만 제한하는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인 부모의 교육권까지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부모 교육권은 헌법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자녀 교육에 대한 전반적 계획을 세우고 인생관, 사회관에 따라 자유롭게 자녀의 교육을 형성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일괄 금지한 규제는 부모 교육권 제한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학교 밖의 교육 영역은 원칙적으로 부모 교육권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판시했다”며 “심야시간에 자녀가 게임을 할지 여부는 부모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며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게임과몰입과 청소년 수면권 문제는 게임을 얼마나 하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을 심야에 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김지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강사는 여성가족부가 부모의 판단이 아닌 정부를 청소년 보호의 책임자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불법콘텐츠 차단조치, 영화·비디오 등급제는 특정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주체가 국가기구에 있는 제도”라며 “정부의 강제적 등급시스템을 게임에도 적용한 것이지만 실제로 부모가 허락할 수 있는 절차 자체가 없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규제”라고 분석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인터넷게시판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기에 게임 사용자 실명제를 전제로 한 셧다운제 역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 실명제는 게시판에 불법정보를 게재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위헌으로 판결났다”며 “인터넷게임이 사회적으로 유해하지 않은데도 본인확인을 요구하는 조치는 게시판 실명제보다 더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정부 규제가 심했던 1960~1970년대에도 청소년보호법만큼 강력한 규제는 없을 정도”라며 “청소년보호법이 생긴 뒤 음악, 만화, 영화에 이어 게임까지 문화 매체 전반에 걸친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소년보호법이 청소년인권보호법으로 바뀌고 청소년이 행복할 권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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