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 지정 문제를 놓고 벌어진 관련 기업들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논의가 2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찬·반으로 갈려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중기간 경쟁 제품 지정은 정부가 중소기업 보호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다. 고용·생산·부가가치 등에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생산설비와 생산공정을 갖춘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정책적으로 우대해 경쟁력 강화를 유도한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이에 따라 서버와 스토리지가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 국내 제조 기반을 둔 중소기업만 공공기관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과 협력사들은 공공기관에 대한 판로가 막히게 된다. 이들은 제조가 아닌 수입과 유통이 중심이어서 지정시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외국계 기업들과 그 협력사들은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제도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다른 중소기업에 차별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협력사들은 사업 차질로 인한 매출 감소, 또 이로 인한 도산 및 일자리 감소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괜한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다.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는 얘기다. 국내 서버·스토리지 시장의 90%는 외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다수의 기업들이 연관돼 있다는 뜻이다. 반대 측이 밝히고 있는 최소 5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란 주장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결국 서버와 스토리지의 경쟁 제품 지정 여부는 복합적인 고려와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제조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에만 몰두해 국내 다른 중소기업들에 미칠 부작용을 외면하거나 간과해선 안 된다. 이 경우 중소기업 보호라는 대전제를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경쟁 제품 지정 여부는 현재 중소기업청에 넘어가 있다. 중기청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철저한 분석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