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동네 휴대폰 상권’까지 침탈한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액세서리 사업 매출이 1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회사 매출이 늘어난 만큼 액세서리 전문 중소기업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액세서리 사업에 직접 뛰어든 후 대표적인 액세서리 중소기업 매출이 30%나 급락했다.
전형적인 골목상권으로 분류된 휴대폰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직영 판매점이 거액의 판매 장려금까지 얹혀 소비자들을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퇴직자들이 호구지책으로 휴대폰 대리점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생계형 서민들을 벼랑으로 내몬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는 근거다.
사실 액세서리나 휴대폰 유통은 한동안 논란이 됐던 ‘대기업 동네 빵집 진출’보다 휴대폰 제조업체로선 더 손쉬운 일이다. 휴대폰을 직접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정품’이라는 타이틀을 걸면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액세서리를 내놓아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 유통 역시 전국에 널려 있는 가전 대리점 망을 활용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마냥 쉽다.
삼성전자는 한 분기에 57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돈벌이에만 급급해 서민과 중소기업과 같은 경제적 약자의 사업까지 마구잡이로 포식한다면 산업 생태계가 쑥대밭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동네 빵집’ 논란 끝에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했다.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산업 생태계 보호 가치를 우선인 경우가 분명 있다.
삼성전자의 액세서리나 휴대폰 유통 사업을 무조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까지 파괴한다면 다른 문제다. 정부가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가이드라인과 같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지금 있을 곳은 골목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수 기술기업과 정면 승부를 벌이야 한다. 이것이 초일류를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