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케이블TV, 방송시장 ‘판’ 바꾼다···세계 최초 UHD 방송 상용화

[이슈분석]케이블TV, 방송시장 ‘판’ 바꾼다···세계 최초 UHD 방송 상용화

케이블TV 업계가 10일 초고화질(UHD) 방송 전용 채널 ‘유맥스(UMAX)’를 개국하면서 본격적인 UHD 방송 시대가 열렸다. 일부 방송 산업 선진국이 수년 전부터 UHD 방송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로 뛰어든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UHD 방송 전용 채널을 구축하며 차세대 방송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동안 지상파가 주도했던 국내 방송업계는 케이블TV UHD 방송 상용화를 계기로 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주자서 선두주자로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을 개정했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이 같은 해 7월 UHD 실험방송을 진행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일본,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 다양한 방송사업자가 UHD 실험방송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UHD 방송을 조기에 상용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정한 케이블TV UHD 방송 기술 기준은 향후 위성방송, IPTV, 지상파 방송이 제공하는 UHD 방송 기술 표준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각국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UHD 방송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반”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먼저 UHD 방송 인프라 구축에 나선 일본은 지난해 올 6월 개최하는 브라질 월드컵을 4K UHD(3840×2160) 해상도로 송출한다고 발표하며 당초 2016년을 목표로 잡았던 UHD 방송 상용화 일정을 2년 앞당겼다. 지난 2011년 이후 한국에 주도권을 내준 세계 평판 TV 시장에서 UHD TV를 앞세워 점유율을 회복하며 반전을 노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2월 방송 산업 관계자를 대상으로 ‘4K·8K 로드맵에 관한 팔로업 모임’을 개최하고, 위성방송 형태로 송출하는 4K UHD 방송의 해상도, 색상, 음향 등 구체적 기술 기준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본 UHD 방송 기술기준은 해상도 3840×2160, 프레임 속도 120·119.88·60·59.94㎐, 영상부호화방식 H.265 등이다.

당시 일본 총무성은 한국 케이블TV 업계가 빠르면 7월 경 UHD 본 방송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케이블TV 업계는 일본 정부 예상보다 3개월 먼저 UHD 상용화를 선포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국내 방송 시장 ‘UHD’ 중심으로 구조 재편

UHD 시대가 개막하면서 국내 방송 시장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파에 고화질(HD) 시장 주도권을 내준 유료방송사업자가 UHD라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최근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표준해상도(SD) 화질을 HD로 전환해 제공할 수 있는 8레벨 측파연구대(8VSB) 전송 방식을 확보한데 이어 UHD 방송까지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위성방송은 UHD 상용화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미래부 기술기준 고시를 기다리고 있다. IPTV는 별도 셋톱박스 없이 UHD TV에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하는 셋톱프리 방식으로 이달 내 UHD 상용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매년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광고 수입이 감소하는 지상파는 UHD 방송을 반드시 상용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13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84.6% 점유율을 기록한 지상파 방송 채널 가구 평균 시청률 점유율은 매년 하락세를 거듭해 지난 2012년 62.3%까지 떨어졌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지상파 시청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2002년 15.4%에서 2012년 37.7%까지 시청률 점유율을 끌어올려 지상파와 대조를 이뤘다.

현재 지상파의 UHD 상용화 일정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남은 700㎒ 주파수 대역 사용권을 놓고 이동통신사업자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주파수로 방송을 송출하기 때문에 700㎒ 대역을 사용하지 못하면 UHD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지상파는 UHD 방송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700㎒ 대역을 지상파에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연구반을 구성해 대안을 모색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지상파에 앞서 UHD 방송을 상용화한 유료방송사업자가 초기 시장 주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700㎒ 대역 할당 문제와 별개로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제작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며 “초기 UHD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각 방송사업자 간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 방송사업자 별 UHD 실험방송·상용화 일지 /자료: 업계, 일본 총무성>


각국 방송사업자 별 UHD 실험방송·상용화 일지 /자료: 업계, 일본 총무성

<UHD·HD 특성 비교>


UHD·HD 특성 비교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