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입점이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카카오톡에 들어가도 마케팅을 지원해줄 퍼블리셔를 잡지 못하면 힘들어요. 매출이 나와도 구글과 카카오, 퍼블리셔까지 떼어 가면 남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카카오톡 입점 없이 독자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모바일 게임 업체 대표 말이지만 중소 개발사 대다수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카카오톡에 들어가고 싶은데 수수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플랫폼 힘도 떨어진 상태다. 절대적 영향력을 누리던 카카오로선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한 변화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키운 일등공신은 단연 카카오다. 게임과 소셜미디어의 만남은 모바일게임 대중화를 꽃피웠다. 수많은 개발사가 혜택을 누렸다. 카카오와 개발사가 함께 웃던 시절에는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모두가 웃는 상황이 계속됐으면 좋았으련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수료 문제가 터져 나왔다. 고마운 플랫폼에서 개발사 수익을 짜내는 ‘갑’ 취급을 받는 카카오로선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수료는 늘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다. 카카오 수수료 21%가 과도하다는 지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아쉬운 대목은 분명 있다. 대기업과 중소 개발사, 돈을 많이 버는 게임과 아닌 게임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 적용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플랫폼 이용자라도 입장이 다르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책정하고 돈을 퍼붓는 대기업은 카카오 수수료를 기꺼이 감내한다. 마케팅에 돈을 쓰는 만큼 플랫폼 힘이 발휘되고 충분한 수익을 뽑는다. 중소 개발사는 없는 살림에 간신히 게임을 완성하고 카카오 플랫폼을 찾는다. 많이 벌면 모를까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개발사에 카카오 수수료는 어깨를 짓누르는 돌이다.
밴드와 구글의 시장 참여로 개발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카카오도 수수료 문제를 고민할 시기다. 많이 벌면 그대로 21%를 받고 적게 벌면 10% 정도로 내려주는 통 큰 결단이 카카오 수익을 보호하고 상생 문제도 풀 대안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