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UHD방송 상용화 종착점은 장비산업 육성

케이블TV업계가 초고화질(UHD) 방송을 세계 첫 상용화했다. 오는 6월 상용화 예정인 일본을 앞질렀다. 우리나라 방송은 통신과 달리 ‘세계 최초’ 수식어를 달 만한 기술 선도가 없었다. 이번 첫 상용화는 우리 방송기술도 정상권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TV라는 유료방송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도 남다른 의미다.

상용화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다. 비싼 수신기와 부족한 콘텐츠로 대중화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방식 셋톱박스도 하반기부터 보급한다. 사실상 지금부터 상용화를 준비하는 셈이다.

케이블TV업계는 부족한 콘텐츠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콘텐츠 경쟁력이 높은 지상파방송사로부터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UHD 방송 상용화를 케이블과 위성이 주도한다. 케이블TV업계는 지상파방송사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 상황을 오히려 지상파 방송 의존도를 확 낮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점에서 같은 입장인 위성, IPTV 등 경쟁 유료방송업체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힘을 모아 UHD 콘텐츠 제작 역량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HD보다 네 배나 화질과 음질이 우수한 UHD방송은 관련 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계기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TV와 셋톱박스와 같은 수신장비를 제외하곤 제작·편집, 송출·송신과 같은 주요 인프라 장비를 거의 외산에 의존한다. 일부 중소 방송기술기업이 척박한 사업 환경 속에 선전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선진 기업들이 장악한 핵심 장비 영역을 넘보지 못한다.

중소 방송기술기업이 개발력이 달려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방송사들이 사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개발비 투입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국내 공급 실적이 없거나 적으니 해외 시장 진출도 어렵다. 국내 기업을 키우지 못한 방송사는 비싼 외산 장비를 사다 쓴다. 이 악순환 고리를 이참에 끊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UHD 장비 개발과 납품 기회를 더 줄 수 있도록 케이블TV업계와 정책 당국이 적극 배려해야 한다. 방송사, 가전업체, 연구소가 생태계를 만들어 UHD 방송을 준비하는 일본에게 배울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