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 기술지원부 정은화 이사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천변의 도로에는 벌써 자전거 인파가 꼬리를 물고 달린다. 자전거 인구가 많아지면서 고사양의 자전거도 등장하고 있는데, 최근 추세는 단연 초경량 자전거다. 강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 자전거 제조사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자전거 제조사가 목청을 높이는 ‘고강도 초경량’ 자전거의 핵심에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복합재가 있다.
철과 같은 전통적인 소재에 비해 더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미늄, 마그네슘과 같은 소재를 경량 소재라고 하는데, 경량소재를 다양한 구조로 결합해 강성을 높인 재료를 복합재라고 한다. 벌집 모양의 구조로 만들어서 샌드위치식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복합재는 우주선이나 항공기와 같이 높은 강도와 경량화가 필요한 구조물에 사용되다가 기술 대중화로 최근에는 자전거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품에도 복합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제조업은 복합재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복합재는 크게 3가지 부분에서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첫째는 경량화다. 복합재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중량이 철의 4분의1 수준이니 자타가 인정하는 경량화 재료다. 게다가 강성까지 뛰어나서 강철과 같은 고강도 재료를 대체할 수 있다.
둘째 모듈화다. 모듈화란 여러 개의 부품을 합쳐서 하나의 부품으로 구성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항공기 날개는 수많은 부품들, 부품을 다시 볼트, 리벳으로 연결하여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었지만 복합소재를 사용하면 날개 전체를 몇 개의 부품만으로 구성이 가능하며 볼트와 리벳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모듈화의 장점은 강도와 내구 문제의 발생 확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조립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계자 유도의 확장이다. 다양한 복합재 특성을 이용해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형상을 구체화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사람들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줄 수 있다.
개발의 이점과 연비 같은 사회적 요구가 일치해 복합재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최근 고가의 첨단 자전거 프레임과 같은 레저용품에도 복합재가 적용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는 100% 복합소재를 채용한 시내버스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제조업 혁명을 이끌고 있는 복합재는 컴퓨터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이 되고 있는데 다양한 재료를 다양한 구조로 만들어서 수백번 테스트하는 과정이 컴퓨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직접 소재를 만들다보니 더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철이나 알루미늄, 플라스틱 같은 일반적인 소재를 이용한 설계는 결정된 소재를 기반으로 제품설계를 하지만 복합재를 사용하면 소재 설계를 제품 개발자가 직접 해야 한다.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기본 소재를 어떤 방향으로 몇 겹을 적층하고 접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소재 자체에 대한 설계가 설계자의 몫이 되는데 이 과정에서 CAE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공기 동체나 날개에는 복합재의 적층 겹수가 100개가 넘는 경우도 흔해서 설계자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최적화된 설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