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순수 국산 장비와 기술로 10Gbps(이하 10기가) 인터넷망을 연내 구축한다. 기간망(백본)부터 가입자망까지 전 구간에 걸친 시도다. 시범 사업을 통해 이르면 올 하반기 보게 될 전망이다. 특히 10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 공개한다고 하니 이참에 우리 네트워크 장비 우수성을 세계로 알릴 좋은 기회다.
10기가 인터넷은 일반 가정의 초고속인터넷보다 100배 빠르다.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내려 받는다. 기간망은 이보다 더 빠른 장비를 쓰지만 가입자망은 이제 1기가 인터넷을 상용화하는 단계다. 10기가 인터넷망을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구축한다면 초고속인터넷 강국 면모를 또 한 번 과시할 수 있다. 개발을 진행 중인 5세대(G) 이동통신과 함께 세계 최고의 유·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우리가 선도하는 모양새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관련 산업도 덩달아 커진다. 콘텐츠부터 장비까지 이른바 후방 산업 육성 효과가 생긴다. 특히 장비산업은 직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가뜩이나 네트워크 구축 수요가 위축된 마당에 외국 업체의 파상적 공세로 국내 장비업계가 어려움을 겪는다. 10기가 인터넷 구축 시범 사업을 장비업계 경영 안정화와 개발 역량 배양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다. 시범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네트워크사업자들이 실제 구매해야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만들려면 장비업체들도 안정적인 품질과 함께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그런데 가격 경쟁력은 장비업체만의 힘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외국 장비업체들이 세계 곳곳에 공급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 국내 중소 장비업체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역량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구매 의지를 보여준다면 그나마 가능해진다.
올가을까지 시범 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참여업체들은 아마도 개발과 구축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시범사업이라서 정부 지원금이 일부 나오지만 더 큰 수요 창출이야말로 이 업체들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 지금부터 실구매로 이어질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