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신탁 놓고 음악 업계 갈등 재점화

“대중적인 성공을 위해 무명 창작자는 외국계 직배사나 대형 기획사로부터 노예계약을 종용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분리신탁이 이뤄지면 창작자 권리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넓어져 음악시장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정부가 지난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 가운데 신탁범위선택제(분리신탁)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저작권법 일부 개정법률안’ 가운데 ‘신탁범위선택제(분리신탁)’가 자칫 해외 직배사나 대형 기획사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분리신탁은 권리자가 요청하면 저작권신탁관리업자가 권리의 일부를 제외하고 신탁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제도가 시행되면 작곡가는 음의 전송권, 공연권, 복제권 등을 분리해 여러 곳에 맡길 수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분리신탁이 이뤄지면 저작권자에게 권리를 양도받은 외국 직배사나 대형기획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음악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작사·작곡가에게 권리를 양도받은 외국 직배사나 대형기획사가 자본을 무기로 공연, 전송, 복제권에 이용허락에 대한 가격을 차별화하는 반면에 창작자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논리다.

특히 외국 직배사가 자국법 체계를 강조하면서 저작권을 송두리째 사들이면 저작권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니뮤직이나 유니버설뮤직 등은 국내 창작자 계약 시 저작권을 모두 양도하는 계약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새로 출범할 음악신탁단체도 대형 직배사 입김이 커질 수 있다고 답했다.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관계자는 “외국 직배사가 분리신탁제도로 일부 권리만을 신탁 받아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창작자의 권리를 헤칠 수도 있다”며 “다만 제도 운영에서 정부가 여러 방안을 고려한다면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분리신탁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함저협 관계자는 “음저협 논리가 일부 타당성이 있으면서도 분리신탁 자체는 회원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개정안 자체를 흔들기보다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복제권에 한해서만 권리를 분리해 신탁할 수 있는 미국도 권리 독점을 막는 감시감독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며 “감시감독 제도가 마련되면 직배사가 자본을 무기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각계의 입장을 듣고 제도 시행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분리신탁이 시행돼도 모든 권한을 제작사에 양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음악업계에서 우려하는 저작권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음악업계가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리신탁제를 둘러싼 정부와 신탁단체 입장>


분리신탁제를 둘러싼 정부와 신탁단체 입장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