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정보 수집 논란으로 자체 IT 국경선을 긋는 유럽이 미국의 공격 세례를 받고 있다. 미국은 유럽이 ‘자급자족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외 서비스를 배척한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일부 국가의 클라우드 전략은 보호무역주의(protectionism)”라고 비판한 빅토리아 에스피넬 전 오바마 행정부 지식 재산권 정책 조정관의 말을 전하며 양측의 클라우드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렸다. 에스피넬은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소프트웨어 제조사들을 대변하는 무역 그룹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동맹(BSA)’ 대표직을 맡고 있다.
에스피넬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은 유럽이 요새를 지을 때가 아니다”며 “한 나라만을 위한 클라우드는 인터넷을 파편화할 뿐더러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나라 안에만 데이터를 잠궈두는 클라우드는 효율을 떨어트리고 효과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유럽이 자체 나라별로 내수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지난해 NSA가 유럽을 포함한 각국 정부·시민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화 등을 도감청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각국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에 속도를 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미국 IT기업을 향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앞서 2011년에도 ‘유럽 인터넷(Euro-internet)’ 조성안을 내놨었다. 당시 미국 진영은 이같은 유럽의 조치가 ‘쉥겐 클라우드(Schengen cloud)’라며 쉥겐조약의 가상 버전이라고 비난했다. 쉥겐조약은 유럽 국가간 무비자 출입국을 가능하게 한 조약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NSA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활발해 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통화가 도감청 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도 앞장섰다.
프랑스는 ‘소버린 클라우드 프로젝트(Sovereign Cloud project)’를 추진해 자국 노르망디에 데이터센터를 세웠다. 소버린은 ‘독립적’ ‘주권’ ‘자주적’을 의미하는 단어란 점에서 미국으로부터의 IT독립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독일 도이치 텔레콤도 독일 기업만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여기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도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클라우드 구역을 만들겠다’며 미국 견제를 지원사격 했다. 유럽이 제기해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됐던 ‘인터넷 거버넌스’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통상 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는 최근 연간 보고서에서 “유럽의 IT 네트워크 ‘쉥겐 클라우드’는 해외 서비스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