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력 주파수조정용 대용량 ESS시장 연다

국내 처음으로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FR)용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설치된다. 주로 도서지역 독립전원이나 개별 수용가에서 활용했던 ESS가 전력 계통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ESS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자사 변전소 두 곳에 52㎿(출력용량 기준)급 FR용 ESS를 오는 9월까지 구축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들 변전소는 서울·수도권에 전력을 전달하는 서안성 변전소와 신용인 변전소에 각각 28㎿, 24㎿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전력변환장치(PCS) 출력용량은 총 52㎿로 배터리 용량은 전지의 충·방전 성능에 따라 50~60㎿h 규모가 탑재된다. 사업에 투입되는 배터리 가격만 400억원이 넘는다. 이 ESS에 저장된 전기는 약 2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한전은 자체 예산 약 600억원을 투입해 ESS를 구축할 계획으로 다음달까지 전력변환장치(PCS)와 리튬이온 이차전지 등 관련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FR는 순간적 수요변동 등에 따른 주파수 변동을 막고자 운전 중인 발전기의 출력 주파수를 조정해 공급능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류를 보충하기 위해 발전량의 약 5%를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원가의 발전기를 가동시켜 공급능력을 조절했다. 연간 1.1GW를 확보하는 데 약 6000억원 이상의 발전소 운영비용이 발생했다. 이를 ESS로 교체할 경우 연간 절반가량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

ESS는 교류변환 과정이 필요 없는 직류상태로 전력 저장이 가능한데다 기존 발전기보다 주파수조정 대응력이 신속한 장점이 있다. 고가의 배터리 탓에 초기 구축비용은 높지만 장기적 경제성이 높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ESS을 채택한 FR시장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한전은 올해 52㎿급 FR용 ESS를 시작으로 오는 2017년까지 6250억원을 투입해 총 500㎿ 규모의 ES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FR시장의 약 40% 수준으로 연간 약 3200억원의 전력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황우현 한전 처장은 “FR용 ESS 구축으로 전력구입비 절감은 물론이고 국내 관련 산업계의 해외 진출에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운영기술 확보와 표준화·수익모델 검증에 주력하고 관련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과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