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선랜 업체가 삼성전자가 상도의를 어기고 경쟁사인 자사의 핵심 총판사와 주요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글로벌 무선랜 업체인 A사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 매출의 50%를 책임지는 최대 총판인 N사와 삼성전자가 산업용 무선랜 제품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다양한 무선 제품을 개발해온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 컨트롤러 기반 접속지점(AP) 등 무선랜 제품을 출시했다. 내부를 시작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부 스마트스쿨 사업에도 납품했다.
A사는 삼성전자와 N사가 파트너 계약을 맺는 바람에 전반적인 파트너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본래 총판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지만 N사와 맺은 파트너십은 총판에 준하는 수준이라는 게 A사 측 주장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총판이 경쟁사 제품을 동시에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자사 전략이 노출되고 경쟁사가 이에 대응해 사업 방향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성은 가격 부분이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 제품 가격 정보가 상대방으로 흘러들어갈 위험도 있다.
경쟁사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LG엔시스와 같이 대규모 사업 조직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떻게든 경쟁사 제품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A사 관계자는 “확인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우리 총판사에 대규모 내부 납품 기회를 주겠다며 핵심 파트너로 영입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구축해 온 영업 생태계를 대기업의 힘으로 쉽게 가져가려는 수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가 N사의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외부 무선랜 사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N사는 사업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N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삼성전자 무선랜 제품을 지켜봐왔는 데 성능이 우수하고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봤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했다”며 “특히 다양한 국산품 우대 정책을 펼치는 공공기관에서 기회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총판이라 하더라도 경쟁사를 비롯해 여러 업체 제품을 다루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A사와는 이번 건에 대해선 아직까지 아무런 얘기가 오고간 게 없으며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N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다. 논란에 대해서는 “당사 제품 판매를 위한 통상적인 대리점 계약이며 법적으로 문제되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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