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AP코리아 `불공정 자진시정` 동의의결 절차 개시

불공정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던 SAP코리아가 자진시정으로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을 피할 길이 열렸다.

공정위는 지난 9일 전원회의를 열고 SAP코리아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SAP코리아가 소프트웨어(SW) 구매계약 후 부분해지를 금지하고, 자사 SW 재판매 협력사 계약을 3개월 전 통보해 임의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불공정행위로 보고 해당 사안을 조사했다.

이에 SAP코리아는 부분해지 정책 도입, 임의적 계약해지 조항 삭제 등 시정방안과 고객사·협력사 대상 상생 방안을 내놓겠다며 지난해 11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SW 등 IT 시장은 기술발전과 변화가 빠른 신성장 분야로 외국 경쟁당국도 자진시정 유도 등 동의의결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또 이번 사안이 SW 유지보수와 관련된 국내 최초 사건이어서 행정소송 등의 위법 여부 확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고, 자발적 법 위반 혐의 사항 시정을 통한 신속한 경쟁질서 회복과 피해구제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도 감안했다. 이외에도 일반 상품 시장과 달리 추가 거래비용이 적은 SW업종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반영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위법성 판단을 내려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대신 사업자가 제시한 소비자 피해구제나 경쟁제한상태 해소, 거래질서 개선 등 시정방안으로 실질적인 개선을 신속하게 끌어내는 제도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기업에 동의의결을 적용한 것은 올해 초 1000억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제시해 과징금을 피한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에 이어 두 번째다.

SAP코리아는 1개월 내에 공정위와 시정방안을 협의해 잠정 동의안을 결정하고, 1∼2개월간 이해관계자, 관계부처, 검찰총장 등과 서면합의를 해야 한다. 이후 최종동의의결안을 위원회에 상정하면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